Roll over Beethoven2014/11/11 20:56

세월호 사고 직후에 트위터에서 한 뮤지션과 한 평론가와 나머지들간의 설전이 있었다. 뮤지션은 이언 이었고 평론가는 서정민갑이었는데, 논쟁은 뮤지션들의 음악적 사회참여를 아쉬워하는 서정민갑의 기고문에 대한 이언의 반론에서 시작됐다. 내가 보기엔, 뮤지션의 사회적 이슈 참여는 선택의 문제인데 그런 기고문이 참여적이지 않은 뮤지션에 대한 비난으로 비춰보일 수 있다는 걸 우려하는 뮤지션의, 속된 말로 "니가 그러면 난 뭐가 되냐" 는 싸움이었다. 그당시는 모든 사람들이 탓할 사람을 찾기 바빴거나 본인이 죄인이라고 생각하며 슬퍼하던 무렵이었기 때문에 꽤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설전에 주목하거나 말 한마디 보태고 했던 것 같다. 그러니 사회참여적이지 않은 뮤지션 입장에서는 세월호가 가라앉은 게 내 탓이냐고 따져묻지 않을 수 없는 거지.


얼마전에 김태춘의 "가축병원블루스" 음반을 사서 듣고 있는데 문득 그때의 논쟁이 떠올랐다. 사실 그 논쟁보다 유신시대 때 금지곡 지정하는 것에 모자라 음지로 끌고 가버렸다던 시절을 다시 불러들이고 있는 것만 같은 이른 걱정이 먼저 엄습했다. 들어보면 알겠지만 단순히 비속어나 음탕한 말들이 가사에 있어서 하는 말이 아니다. 김태춘 같은 뮤지션이 저런 노래를 부르면 20년전에 없어졌던 사전검열제도가 다시 호출당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김태춘의 음반이 나온 시점이 세월호 사고보다도 1년이나 더 이른데, 내가 좀 더 일찍 들었다면 혹시 그때의 논쟁에서 참신한 의견을 보탰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사회 참여적 뮤지션들이 많아져서 그때문에 사전검열 제도가 부활면 어쩔 꺼냐는, 요즘 트랜드대로 인과관계를 뒤집은 논리로 말이다. 사전검열제도가 없어진지 꽤 됐고 이제 그랬었던 시절이 있었다며 우스개말로 추억하기도 하는데, 정작 표현의 자유가 주워졌다고 생각하면서(혹은 착각하면서) 살고 있는 이때에 메시지를 담고 있는 음악도 함께 없어진 것을 우리가 자각하고는 있나?


잠깐동안 이 또한 시장논리 때문 아닐까 생각했다. 그러니까 어디선가 누군가 김민기의 "공장의 불빛" 같은 테이프를 만들어 노래부르고 있는데 팔리는 물건이 아니기 때문에 내 귀까지 들어올 수 없기 때문에 없어진 거라고 생각하게 된 거라는 식으로 시장만능주의를 탓해보려고 한 거다. 김태춘의 음반이 1년이 훨씬 지난 시점에서 벌써 없어진 한 듣보잡 팟캐스트에 의해 우연히 발견 되면서 내가 사서 듣게 된 것 만큼 어려운 일일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공장의 불빛"은 양지에서 유통될 수도 없었고 테이프를 복사해서 옮겨들었는데, 우린 클릭 두어번으로 복제해서 듣는 시절에 살고 있잖나. 아무도 그런 노래를 돈 주고 사지 않는다고, 팔리지 않으니 상품으로 진열되어있지 않다고 해서 들을 수 없게 되는 거라고 한다면, 뮤지션도 밥먹고 살아야 하기 때문에 그런 노래를 만들고 있지 않은 거라고 한다면, 그 사람은 그렇게 불법복제를 해대는 대중들중 하나이거나 배 고파가면서도 음악을 열씸히 하다가 심지어 죽기까지도 하는 뮤지션 본인일테니 거울 한 번 보면 아니라는 걸 스스로 알겠지. 외면하고 싶은 거다, 나처럼, 우리처럼.


저항의 음악이 사라졌다. 이미 경찰 곤봉에 맞아죽었거나 모멸감에 자살하거나 서서히 죽어가고 있는 근로자들을 노래하고 있는 음악이 있으면 좀 알려달라. 혹은 쥐새끼나 마녀를 욕하는 노래도 좋다. 곧 생길지는 모르겠지만 "대통령 모독 방지법" 같은 것도 없는 이 때 뮤지션들이 대통령을 모독할 참 좋은 기회이니, 있다면 있는 만큼 "사" 모아서 즐겨 듣다가 혹시 언젠가 금지되면 열씸히 복제해서 저작권과 모독법을 강간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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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yle
A Day in the Life2014/11/06 01:59

기도


나를 절망의 바닥끝까지 떨어지게 하소서
잊고 살아온 작은 행복을 비로소 볼 수 있게
겁에 질린 얼굴과 떨리는 목소리라 해도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하는 그런 입술을 주시고, 
내 눈물이 마르면 더 큰 고난 닥쳐와
울부짖게 하시고 잠 못 이루도록 하시며
내가 죽는 날까지 내가 노력한 것 그 이상은
그저 운으로 얻지 않게 뿌리치게 도와주시기를..
거친 비바람에도 모진 파도 속에도 흔들림 없이 나를
커다란 날개를 주시어 멀리 날게 하소서
내가 날 수 있는 그 끝까지

하지만 내 등 뒤편에서 쓰러진 친구 부르면
아무 망설임 없이 이제껏 달려온 그 길을
뒤돌아 달려가 안아줄 그런 넓은 가슴을 주소서



오래전 난 그의 가사처럼 바랬었다. 그런데 쓰러진 친구도 쓰러질 친구도 없다. 그가 했던 노래 그대로를 보여주고 영원히 가버린 그의 뒤에서 다시 한번... 혹시 앞으로 친구가 생긴다면 다시 한번 넓은 가슴을 다짐해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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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y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