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어느날 나를 꼭 끌어 안으며 나에게 사랑을 말했다고 하자. 그래, 그게 한 1년 좀금 더 지난 어느날이었고 너무 세게 힘을 주면 아파할까봐 팔을 오무리다못해 부들부들 거리며 그렇게 내 머리를 조심스레 가슴에 품고서 한 말이었다고 하자.
"자기를 너어~무 사랑해서..."
그런데 '너무'란 말의 억양이 강조됐던 그말을 내가 듣지 못했다면 어떨까. 그의 팔이 내 양 쪽 귀를 덮어서라던지, 아니면 좀 잔인하지만 내가 그당시 딴 생각을 하고 있었다고 치던지, 여하튼 난 그 때 그 말을 못 들었던 거다.
"자기를 너어~무 사랑해서..."
내 귀 속으로 들어가 몸 속에 흡수되지 못했던 이 말은 세상을 떠돌고 떠돌다가 앞뒷말이 모두 잘려나갔지만, 너무도 진하게 농축된 진심 탓에 몇 마디는 사라지지 않은 채 계속해서 세상을 떠돌고 있었다고 하자. 정작 그 말을 듣지 못한 내가 그와 헤어진 후에까지도 말이다.
또다시 어느날이다. 그래, 그건 오늘이라고 하자. 나는 아무도 없는 복도를 생각없이 거닐다가 여전히 세상을 떠돌던 그 몇 마디 말과 조우하게 된 거다.
"자기를 너어~무 사랑해서..."
난 그자리에 멈춰서고...
짧다면 짧은 시간, 그보다도 돌아선 인연이 더 아득해진 오늘에서야 텅빈 복도에서 만나게 된 그 말.
그때 그 팔의 조임마져도 다시 느낄 수 있게 한 그의 진심.
이젠 대답할 수 없음에 안타깝움으로 내몸에 세겨진 그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