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ighth day of week2005/11/25 02:10

난 오늘 네가 1년전쯤 선물해준 짜장면을 먹었어. 곱빼기로, 너무나 맛있게......

단골 중국집에서 언제나처럼 짜장면 곱빼기를 시켜먹을 생각이었지. 주문 전화를 하려다보니 어제 쓰고 남은 현금이 얼마 없을 것 같더라고. 주머니를 뒤져보니 천원짜리 두개와 오백원짜리 두개 그리고 백원짜리 셋, 오십원짜리 하나까지, 도합 335십원, 짜장 곱빼기를 주문하기엔 65십원이 모자란 돈이었지. 보통을 시키기에도 15십원이 모자랐어.

몇 백원이 모자라서 추운 날씨 속에 몸을 던져 은행으로 향하기가 너무 싫더라. 처음엔 그냥 굶을까 생각했었지만 그생각은 몇 분을 못가더라고. 그래서 일단 최선을 다해보기로 한거지. 혹시 주변에 흘린 동전이 없는지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동전 몇개쯤은 대수롭지 않게 방구석 여기저기에 흘릴 수 있는 일 아니겠어? 동전 짤랑거리며 들고다니는 걸 싫어하는 나에겐 흔한 일일 수 있겠지.

널부러진 물건들을 뒤집다가 오백원짜릴 하나 발견했어. 어찌나 반가웠는지 몰라. 이제 짜장면 보통은 시켜먹을 수 있게 된 거잖아. 그런데 말이지, 이 추운 날씨에 곱빼기도 아닌 짜장면 보통을 시켜먹는다는게 좀 미안하지 않았겠어? 사실 짜장면 보통 가지고 아침을 굶은 허기가 달래질 것 같지도 않았고 말야. 그래서 짜장면 보통 시킨다는 생각은 한 것 같지도 않게 바로 15십원을 더 찾기 위한 수색작업에 몰두한 거지.

이번엔 옷장을 뒤졌어. 혹시 모르잖아, 올해 초 날씨가 따뜻해질 무렵까진 착했던 홍주가 더이상 안입을 외투들 중 어느 하나에 돈을 조금이라도 넣어두었을지도. 그런데 기대와는 다르게 올 봄 무렵에도 난 착한 인간이 못됐었나봐.15십원조차 넣어두질 않았다니. 그쯤 되니까 더이상 15십원을 찾을 길이 없겠다 싶었어. 평소 우습게 봤던 동전 몇개가 이럴 때 이렇게 아쉬워지고 또 갈구하게 되고 그에 따라 뻘짓거리까지 하게 만들었잖아.

그런데 사실 난 동전을 마구 홀대하는 편은 아이었거든. 한 3년 전쯤엔 분명 착했었던 홍주는 어느날 녹색 비닐로 된 싸구려 돼지저금통을 샀고 그후로 십원짜리와 오십원짜리는 무조건 저금통에 넣었더랬지. 그 저금통의 배를 가르면 오십원짜리 세개 나오는 건 일도 아니지. 찾아보면 그안에 실수로 넣은 백원짜리도 몇 개 있을껄? 하지만 난 그럴 수 없었어. 짜장면 한그릇 때문에 착했던 홍주의 흔적에 잔인하게 백정질을 할 수야 있나.

거의 포기하는 심정이 되서 건성건성 여기저기 방구석을 둘러보다가 네가 준 고양이모양 핸드폰 홀더가 눈에 띄더구나. 그걸 본 순간 난 나빠지기 전의 내가 착한 짓 하는 걸 떠올릴 수 있었어. 작년 가을을......

오늘 난 네가 선물한 보라색 고양이 핸드폰 홀더를 받았어. 저금통 겸용이더라, 흔들어보니 동전이 하나 들어있던걸? 바닦에 동전 뺄 수 있는 캡을 열고 확인해보니 백원짜리 하나를 넣어줬더구나. 정말 고마워, 너무 마음에 드는 선물이야. 마침 주머니에 오십원짜리가 하나 있더라고. 집에 오십원짜리 넣는 저금통이 따로 있긴 하지만 지금 이 오십원은 여기에 넣겠어. 너의 착한 선물과 나의 착한 오십원이 만나 언젠가 15십원이 모자라 짜장면 곱빼기를 시켜먹지 못해 고민하게 될 날에, 너를 떠올리며 착했던 우리들을 고마워하게 될꺼야.

고마워, 너무 맛있게 먹었어. 오늘 먹은 짜장면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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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y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