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ighth day of week2005/11/13 01:50

너에게 뻔뻔한 조건을 걸면서 담배를 끊겠다고 했었는데, 솔직히 그건 그냥 해본 말이었었는데도, 난 그이후로 쉽게 담배를 참고 있다. 그렇게 몇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문득 "한번쯤..." 하고 떠오르곤 한다.

쉽다곤 했지만 그건 신경질이 난다거나 하는, 그 이전에 격어봤던 금단현상이 없었다 뿐이지 처음 몇 달 동안은 담배를 향한 열망이 심했다. 하루에도 여러번, 아침에 일어난 직후와 잠들기 전, 화장실에 갔을 때와 하루 세끼 밥먹은 뒤, 만화책을 볼 때나 혼자 있는 심심한 시간에 난 항상 담배 생각을 해야 했다.

그게 얼마나 괴로운 건지 이해한다면 그 많은 흡연가들이 담배 끊기에 실패하는 것도 이해해줘야 한다. 하루 중에 반복되는, 화장실에서 일보는 것과 밥먹는 일까지도 관계된 습관을 지운다는 건 차라리 고통이다. 이전엔 고통을 지운답시고 니코틴을 빨았지만 그 니코틴을 참아야하는 고통은 무얼로 채울 수 있을까. 그래, 네가 습관이었을 때의 나를 지우는 느낌도 그랬던 것 같다. 어떤 걸로도 채울 수 없고 잊혀질 때까지 그 괴로움을 곱씹어야 하는......

사실 난 여전히 담배를 끊었다고 말하지 못한다. 여전히 참고 있다고 말하는데 기실 습관을 지운 후부터 훨씬 참기 쉬워진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한 번쯤 피워볼까?" 하는 호기심마저 경계하고 있는 건 담배가 두려워서가 아니라 그것을 대할 내가 두렵기 때문인 것 같다. 습관으로써의 담배는 지웠지만 한 번 빠졌었고 다시 빠지기 쉽다는 걸 아니까.

없어진 습관 때문에 괴롭진 않지만 다시 만나게 된다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오늘 문득 네가 담배처럼 떠올랐다.

"한번쯤...한번쯤 만나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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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y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