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ighth day of week'에 해당되는 글 26건

  1. 2010/09/26 저도 휴가 갑니다. (1)
  2. 2009/10/07 내 몸에 문신을 읽어주마. (2)
  3. 2009/03/10 신데렐라를 위한 마법
  4. 2009/01/07 상상 데이트
  5. 2008/11/11 강변북로 위 우는 여자 (2)
  6. 2008/10/21 구름 여행 (1)
  7. 2008/09/16 작별인사
  8. 2008/08/22 그림자에 입맞춤
  9. 2008/05/26 상처를 즐기는 법
  10. 2008/04/16 이사 (4)
  11. 2008/03/13 SEND
  12. 2008/03/07 선. (2)
  13. 2008/03/03 웃음 (4)
  14. 2007/12/05 무진기행 (12/11/06)
  15. 2007/11/23 에쉬트레이
  16. 2007/11/13 괘종시계
  17. 2007/10/26 내 옆에 빈자리
  18. 2007/09/14 바보비타민
  19. 2007/07/16 이베이 비더들끼리 유혈사태 발생 경위 (1)
  20. 2007/06/20 널 만나던 날
Eighth day of week2010/09/26 15:55
오래전에 동경하던 한 소설가는 자신의 문학적 지향점인 것처럼 두가지를 입에 달고 다녔었다. 그 중 하나는 '우주적 상상력' 이었고 또하나는 '이율배반' 이었다. '우주적 상상력' 은 나에게 옮겨와서 이후로 어떤 작품을 대할 때의 기준이 돼주곤 했는데, '이율배반' 의 경우엔 개념적인 이해 이상으로써의 의미로 다가온 적이 없었다.

'이율배반' 이란 사실 꽤나 친숙하게 알고 있는 내용으로써, 이런 거다.

나는 외딴섬에 갔다가 식인종에게 잡혔다. 식인종은 나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하게 해줬는데, 그 말이 거짓일 경우 물고기 밥이 되도록 나를 바다에 던져버리고, 참일 경우 자신들이 만찬으로써 먹겠다고 한다. 나는 살기 위해서 "나는 거짓만을 말한다." 라고 말할 수 밖에 없다. (그 상황에 그렇게 머릴 굴릴 수 있을지가 의문이라면, 이 내용을 이제 배웠으니 당신도 그 상황에서 그렇게 말할 수가 있다.) 이 말이 참인 경우 나는 거짓말쟁이가 되어 다시 거짓말쟁이가 아닌 것이 되므로 거짓이 되고, 혹은 이 말이 거짓이라면 나는 거짓말쟁이가 아닌 것이 되므로 결국 거짓말쟁이가 되어 참이 된다. 참 또는 거짓에 대한 식인종의 판단 자체가 본디 명제를 뒤집게 되므로 참과 거짓의 두 개 명제가 양립되면서 모순이 생기게 되는데, 바로 이것이 이율배반이다.
 
외딴섬에 갔더니 불현듯 그 소설가의 문학적 지향점이 떠올랐다. 모순에 빠지지 않으려면 섬에 가질 말아야겠는데, 그 소설가는 왜 그걸 지향씩이나 했던 걸까. 그건 아마도 내가 외딴섬에 가려고 간 게 아니라 풍랑을 만나 운명처럼 빠져들 수밖에 없었기 때문인 거다. 그렇다면 풍랑은 어떻게 피하지? 배는 처음부터 안 탈 수 있는 걸까? 그런데 이미 늦었다. 나는 살기 위해 배워놨던 말로써 정체성을 파괴할지, 아니면 당장 사무치는 말을 남기고 장렬히 죽어버릴지를 생각하고 있으니까. 여기서 살아나가봐야 다음에 또 그럴 꺼다. 그 소설가가 추구했던 문학적 소재는 바로 사랑이었다는 걸 이제 알겠다.

나라는 정체성은 기호로 대변되어왔거나 혹은 그렇게 시도되어왔었는데, 거슬러 생각해보니 그것의 기표는 항상 바뀌었고, 기의는 그대로였던 것처럼 착각하며 살았던 것 같다. '나'를 지키고자 했던 나는 정작 내가 무슨 뜻인지를 모르게 되어간다. 나를 찾고 지키겠다는 것이 차라리 바보라는 정체성을 내걸고 무심해지는 것만도 못하다는 생각이다.

당분간 기호적 시도를 중단하겠다. 일단 얼마나 편안해지는지 보고서 돌아오지 말자는 생각이 들만큼, 나는 피곤해졌다. 다음달에는 어떤 피아니스트의 공연과 달리기 행사가 나를 귀찮게 할 것 같고, 그 다음달과 또 그 다음달에는 지향점을 잘 모르겠으나 정체성의 혼란보다는 구체적일 것 같은 시험들에 들도록 나는 프로그래밍되어있다. 그것들이 끝나면 한동안 읽지 못했던, 그리고 궁금해서 날 조급하게 만들 것 같아 눈길조차 주지 않았던 신간 소설들을 읽고 싶다. 그 후엔 그냥 증발할지, 준법의 범위에서 미움을 해소하고 떠날지를 재밌게 고민하게 되거나, 혹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계속 딸딸이 같은 자괴에 빠져있게 될지도... 그땐 아마 외로워서라도 휴가에서 돌아올 꺼다.

디어 헤븐, 다시 태어나면 나만 사랑하면 되는 아메바, 플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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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ighth day of week2009/10/07 02:06
몇 번의 만남, 길고양이 스치듯했던 순간들이 문신으로 남았다.

내가 본 그는 나를 거울삼은 그 스스로의 모습과 달라서,
우린 만나지질 않는다.

나를 흥미로워하지만 내게 보이고 싶은 게 없고,
그래서 내게 오지만 나에게 갈 곳을 준 적 없다.

내 애증의 표현은 배설을 닮았고,
침묵이 내게 수음의 수치를 덧씌운다.

다라보고 싶은, 
안아보고 싶은,
내 몸에 검은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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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ighth day of week2009/03/10 02:38

내게 걸린 그 마법이 나를 위한 것은 아니었다.

나는 신데렐라를 위해 잠시 화려한 마차가 되어
그녀를 무도회장으로 데려갔을 뿐.

다행히 그녀가 왕자와 행복한 결말을 맞이했던
동화 속의 헤피엔딩을 시작으로,

줄곧 나는 호박덩이에 지나지 않았다.

2006.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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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ighth day of week2009/01/07 15:47
서울 어디서나 북한산이 보이는 맑은 날이다. 저기에 산이 있었나 싶게 낯선 산봉우리를 보면 만나고 싶어질 꺼다. 그래서 경복궁에서 보자고 약속을 한다. 별 준비도 없이.

만나기 전에 무얼 할지 고민하지 않은 나를 두고 그녀가 핀잔한다. 무얼 할려고 그런 게 아니라 보고싶어 불렀다라고 말하려다 참는다. 그녀는 무얼 전시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쿤스트독에 가자고 한다. 전시보다 공간이 더 끌리는 그곳을 찾아가는 길, 그 공간만큼이나 그 길을 즐긴다.

한 바퀴 돌고 다시 한 바퀴를 더 돈다. 처음엔 함께 돌았지만 두번째부터는 각자 보거나 혹은 그 반대거나. 작가 처럼 보이는 사람의 두근거려하는 모습을 힐끔힐끔 훔쳐 보기도 한다. 그녀는 그런 작가에게 말을 걸기도 하는데, 들어도 이해는 잘 안된다. 그래서 뒤에서 웃으며 바라보기만 하고, 잘 봤다는 인사는 꼭 빼먹지 않는다.

길 건너 통인시장에 들어간다. 기름떡볶이를 시켜놓고서 벽에 걸린 그림들이 내 안에 적어준 것들을 읽기 시작한다. 때론 작품보다 그런 이야기가 더 감동적이다. 이곳에 앉기 전까지 우린 둘 다 참고 있었다. 서로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맛있는 반찬을 마지막에 먹는 기분으로.

그 날은 날씨가 차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 걷는 길에 그녀가 장갑을 끼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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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ighth day of week2008/11/11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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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새로 사귄 남자의 차를 타고서 강변북로만 내리 서너번째 달리고 있었다. 조수석 차창을 열고 눈감은 얼굴에 밤 바람을 맞으며 시원한 기분을 만끽하던 중, 어느순간에 여자는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어떨 땐 뒷모습을 보고도 상대의 눈물을 알 수 있더라. 남자가 말했다.

"왜, 옛날 애인 생각나?"

여자는 한참 즐거운 순간에 옛 사랑을 떠올렸던 거다. 그런데 남자는 그걸 어떻게 알았을까.




누구나 외로운 순간엔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즐거운 순간엔 옛 사랑을 떠올린다.

잊은 사람과 못 잊은 사람은 그로인해 더이상 아파하지 않는 차이다.

잔인할만큼 즐거운 순간에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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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ighth day of week2008/10/21 00:35
바다였던 때를 추억하던 구름은 참고 또 참아서 여행을 결심하지.

그럼 곧 비가 되어 내리고, 언젠가 바다와 다시 만날 길고 긴 여행이 시작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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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ighth day of week2008/09/16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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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 조금 일찍 시작되려나봐요.
혹은 내가 이미 잠들어버린 걸지도.

조금만 더 졸음을 참고 생각해보면 내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여행의 어떤 지점에 pause 를 눌러놨었는지 떠오를 것 같기도 한데...
이세상 어딘가에 남겨둔 배낭이 어렴풋이 눈에 보이는 것 같은데...

지금은 너무나 피곤해서 그만 잠들고 말겁니다.

그러니까,
혹시 내가 다시 잊고 살게 되더라도,
우리 작별인사는 미리 해둔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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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ighth day of week2008/08/22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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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곧 떠난다 했을 때 아쉬움이 일었고,
그의 버스를 기다리면서는 그게 차라리 먼 미래 같아서 한 번 더 그랬다.


이곳엔 비를 피하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그들중 그가 기대선 곳은 버스정류장의 한쪽 벽을 이룬 넓다란 광고판. 밝게 켜진 형광등을 덮은 파란 아크릴에 의해 그의 등 뒤에서 뿜어져나오는 그 파란 불빛은 그를 비추기보다 까맣게 숨겨주고 있는 것 같다. 그의 형태만을 내 앞에 드러낸 채로 말이다. 내리는 비에 파랑은 더 창백해지고, 그럴수록 그는 더 까맣게 빛 속으로 숨어든다.

벌써 시작된 걸까, 버스는 오지도 않았는데.

파란 어둠,
그앞에 그림자,
낯설게 망설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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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ighth day of week2008/05/26 0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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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름이 스며오르는 걸 만지작 거리곤 해. 그리고 그 쓰라림을 확인하는 거지.

표정이 일그러지며 느껴지는 그 반가움.

아직도 쓰라리구나 하는 안도감.

혹은 그로써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착각.

다 내가 상처를 즐기는 법이야.


딱지가 덮히면 그걸 뜯어내는 거지. 그렇게 뚜껑을 열고 다시 쓰라림을 확인 하는 거야.

하지만 점점 무뎌지는 걸 알게 되고, 그게 섭섭하다 느끼면서도 언젠가부터는 잊어버리게 돼.

그러다 더이상 딱지도 만들지 않을 무렵, 내 무심함에 뾰루퉁해져서는 내가 모르는 사이 자길 닫아버리지.

그렇게 끝나는 거야.


작은 흔적을 남기기도 하지만, 기억에서마져 사라지고 나면 일부러 찾을 수도 없어.

하지만 어때! 그때쯤 우린 또다른 상처에 짜릿해하느라 바쁜걸.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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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ighth day of week2008/04/16 16:52

내 몸에서 떨어진 먼지들로 가득찬 공간에 살아있는 나를 모두 들어내고,

마지막으로 문턱을 넘다가 멈춰서서 빈 집을 뒤돌아봅니다.

당신이 날 불렀잖아요.

숨을 곳도 없는 빈 공간 어딘가 좁쌀만한 뭔가라도 남겨두고 가는 게 아닐까,

날 따라올 리 없는 내 고양이가 싱크대 아래에 숨어있는 건 아닌지 몸을 낮춰도보고.

화장실 문이라도 다시 열어본다면, 이젠 있지도 않은 걸 혹시 찾게 될까요.

그렇게 당신을 놓고 가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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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ighth day of week2008/03/13 12:58

방청소를 하다가 O년 전의 다이어리를 집어들었습니다.

내가 했던 일들, 봤던 공연들, 했던 생각들, 알던 사람들, 모두 다 O년 전의 것들일 뿐 지금까지 남아있는 게 없네요. 오래 남을 것들은 적을 필요도 없었나봅니다. 그리고, 그렇게 한장씩 넘겨보다가 조우한 전화번호가 있습니다. 시간이 지났어도 간혹 마술 같은 기억으로 떠오르곤 하는 사람. 처음부터 오래 남아있지 않을 꺼란 걸 알았다는 듯 거기 적혀있네요.

이제는 잊혀졌을까, 어쩌다 한 번씩 되뇌어보면 너무나 자연스럽게 외워지길 수십번, 그리고 수백번...... 그러다 어느날엔가 문득 외워지질 않는 그 번호들에 한 점 쓸쓸함으로 마침표를 찍었던 날이 있었던 것 같네요. 그런데 그랬던 그 번호가 여기 적혀 있군요. 이미 봐버렸는데, 또 외워지면 어쩌나, 그러면서도 덮지 못하고 무언가 해야 할 것 같아 무릎 위에 올려놓고 빤히 내려다봅니다. 그사람의 학번이나 생일 따위와 연결시켜보기도 하면서 번호를 읽고 또 읽었죠. 그러다보니 기억하고 있었던 것 같은 친숙함도 배어나옵니다만 그건 방금 여러번 읽었기 때문일 껍니다.

전화기를 들고 키패드 위에서 그 번호들이 그리는 그림을 눈으로 따라가봅니다.

머리 속에서 잊혀진 그 번호들을 제 손 끝은 기억하고 있네요.

그리고, ...SEND.

귀에 들립니다.

잠시 후면 알게 될꺼에요.


당신, 제 신호가 들리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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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yle
Eighth day of week2008/03/07 19:17

지금껏 내게 이어진 시련들은.

긴 인생을 살아가는 동안 정말 정말 질긴 선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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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yle
Eighth day of week2008/03/03 15:52
볼을 타고 뜨겁게 내린다.

그토록 참기 어려웠던 것이

이렇게 조금이었나,


웃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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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ighth day of week2007/12/05 16:11
집에 돌아오는 길이었다.

조금 아까까지 이젠 익숙해졌을 줄 알았던 추위가 또다시 내 목을 감고 머릴 눌러 나를 한껏 움츠리게 했다.

그렇게 몸에 힘이 들어가있는 순간에, 뒤에서 누군가 나를 불렀다.

망설이듯 돌아보자, 낯설지 않은 그의 이름은 무진(霧溱)이라 했다.

"한 번만, 마지막으로 한 번만 이 무진을, 안개를, 외롭게 미쳐가는 것을, 유행가를, 술집여자의 자살을, 배반을, 무책임을 긍정하기로 하자." - 무진기행 中 -

몸에 질끈 힘을 주고 돌아선다. 내 뒤는 눈물 나게 춥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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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ighth day of week2007/11/23 01:48
얼마 전 그는 차에서 때 지난 연극표 한 장을 발견했습니다. 그가 담배를 끊은 후로 차 안의 에쉬트레이를 비울 일이 없었고 그래서 수년이 지나도록 거기 버려진 걸 묵혀두고 있었던 거죠. 그는 꼬깃해진 표를 펴서 내용을 살폈습니다. 날짜를 봤고 연극 제목과 공연장소를 확인했죠.

그가 면허를 딴지 얼마 되지 않아 고향집에 내려갔을 때였습니다. 그의 아버지께서 새 차를 사신 직후였는데, 재주 있으면 갖고 올라가라시며고 주신 헌 차로 그는 어머니에게 주차하는 법을 배우고있었죠. 그러던 중 어머니의 구박에 한껏 자존심이 상해서는 홧김에 그대로 그 차를 몰고서 서울로 향했습니다. 운전면허 학원에서 규정된 시간만큼의 도로주행 연수를 받은 후로는 시내주행도 제대로 못해봤으면서 고속도로를 탔던 거죠. 그렇게 몇시간 동안 도로에서 배짱을 키우며 서울에 올라와서는 곧바로 여자친구를 만나러 가야했습니다. 그는 처음부터 예정에 없었던 차를 몰고서 내친김에 그녀를 픽업하러 갔죠. 자기 집에 주차할 자신도 없었거니와 그에게 차가 생겼으니 여자친구를 픽업하러 가면 그녀가 무척 좋아할 것 같았습니다. 정말 그가 예상했던 것처럼 조수석에 앉은 그녀는 발을 동동 구르기까지하며 좋아했죠. 그는 그녀가 아이처럼 기뻐할 때 짓는, 그때만 볼 수 있는 표정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그들은 그녀가 예매해놓은 연극을 보러 갔고, 그날 그는 행복했습니다.

함께 에쉬트레이 안에 구겨져있던 주유소 영수증들 따위와 겹쳐진 그 연극표는 몇 년이 지난 후에 그렇게 그의 손에서 찢어집니다. 연극표는 찢어진 종이뭉치가 되어 외투 주머니에 넣어졌으니 머잖아 그에게 다시 발견되면 이번엔 쓰레기통에 흩뿌려지겠죠. 그리고 나머지 한 장의 표가 어떻게 됐을까를 생각하다가 문득 그가 웃습니다. 그에겐 좋은 기억들이 참 많은가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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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ighth day of week2007/11/13 12:37

그가 부탁한 빨간펜을 사들고서 그의 집을 찾았다. 그는 부엌 식탁에 앉아 원고 편집을 하던 중이었다. 해를 가려놓은 그의 집은 낮과밤에 무심해보였고, 부엌 식탁 위에 백열전등 하나만이 그를 비추고 있었다. 그에게 빨간 펜을 건내자 심부름 시킨 것 같아 미안하다는 듯 그가 말했다.

"이상하게 유독 빨간펜만 빨리 떨어져. 검정펜을 훨씬 더 많이 쓰는데 이상하지? 아마 내가 어딘가 틀리거나 중요한 걸 떠올리고 표시할 때까지 기다리다 지쳐서 그런 건가봐."

그의 공간에 나 한 사람이 더 들어서 그런지 백열등이 어색해보였다. 그도 그걸 느끼고서 내심 무언가 이야기꺼릴 찾고 있는 듯했다. 그걸 알아챈 나는 일하던 그를 방해하는 것 같아 되려 미안해졌다. 오는 길에 사온 건데요 뭐. 일 보세요. 전 앉아서 잡지나 보면서 끝내시길 기다릴께요. 그렇게 정막이 시작되자 그를 비추던 백열전구는 좀전보다 더 밟아졌다.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어둠 속에서 괘종시계가 울렸다. 한 번, 두 번, 세 번. 소리를 따라 한 쪽 벽에 걸린 괘종시계를 바라봤다. 그 소리는 시침이 가리킨만큼을 운 것도 아니었을뿐더러 분침은 정각을 가리키고 있지도 않았다. 시침, 분침, 그리고 소리, 내 지각이 유기적으로 하나여야 할 그것들을 제각각 따로 인지하기 시작하면서 그 어둠 속에서 난 현재를 잃고 다른 공간에 들어와있는 느낌이 들었다.

"그 시계 한 번 떨어졌었는데 그후로 계속 그래."

그 어색한 공간속에서 어느새 그가 내 옆에 다가와 앉아있었다. 한 번의 충격으로 시간을 이탈한 채 울어대는 괘종시계가 측은한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치우기가 싫어. 왠지 모르게 정이 가거든."

우린 각자 고장난 괘종시계를 바라보며 나란히 앉아있었지만 그건 마주보고 있는 것과도 같았다. 그리고 그와 나 사이에 불 하나가 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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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ighth day of week2007/10/26 15:53
올해가 막 시작되었을 때 난 한가지 실수를 했다. 열 달이나 뒤에 있을 10월 말 공연을 두 장 예매한 거다. 그녀가 내 옆에 없을꺼란 걸 모르고서 말이다. 사실 그녀에게 알리지도 않고 공연표를 예약할 때 그런 상황에 대한 가능성을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건 아니다. 그런데 실제 그렇게 됐다는 것보다 공연을 예매한 바로 그시점 직후에 봉변을 당했다는 게 날 이렇게 만들었다.

그후 내 옆 빈자리에는 대부분의 시간 동안 '기다림'이 앉아있었다. 처음엔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기다림이었는데 시간이 더 지나 그 기다림마저도 어색해지면서는 새로운 기다림이 그자리에 앉았다. 간혹 이도 저도 아닐 땐 아픔이 기다림을 대신해서 자릴 맡아주기도 했다. 이달 말에 공연장을 찾게 되면 아마도 그동안 빈자리에 앉아있던 기다림을 눈으로 보게 되거나 혹은 아픔으로 만나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기다림이든 아픔이든 홀가분하게 그자리에 남겨놓고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내 옆에 빈자리는 비로서 빈자리가 되려나.

그래서 그시간동안에 열 달이나 거슬러 올라가며 뒤돌아보지 않아도 된다면.
혹시 그날의 연주가 비어있는 옆자리를 바라볼 여유도 없을만큼의 명연주가 되어준다면,
한가지 마지막으로 내가 그녀에 대해 바라는 것이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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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yle
Eighth day of week2007/09/14 13:52

전화가 끊어지는 걸 신호로 나는 변신, 수줍고 부끄러운 바보가 됐다. 그리고 얼굴도 빨개져있다는 것도 그때서야 느꼈다. 그냥 생각 안하려고 고개를 도리도리 돌려대도 실룩실룩 웃음이 터져나오는 부끄러운 바보. 지금 그게 나.

공원 어디엔가 나처럼 전화를 하고 있던 또다른 누군가 동시에 전화를 끊고 있었다. 표독스런 표정을 지은 채 날 발견한 그녀를 향해 실실 웃는 내가 손짓했다. 뻘쭘한 내 옆에 앉으라고 말하진 않았지만 뻘쭘한 그녀는 내 손짓을 이해했고. 그녀는 나에게 바보에게 잘 듣는다며 비타민 한 알을 내민다.

바보에게 잘 듣는 비타민
바보에게 잘 듣는 비타민
바보에게 잘 듣는 비타민


내 얼굴색과 같은

바 보 비 타 민

다음에 또 바보가 될 수 있는 용기를 다오!

꿀~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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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ighth day of week2007/07/16 14:06
이베이 아이템 21153 과 관련해 미국에서 벌어진 사건으로, 이미 매체를 통해 널리 알려진 내용입니다.

사건은 판매자가 이베이에 등록한 할아버지의 유품에 다수의 비더들이 뽐뿌받고 과다경쟁을 벌이게 되면서 시작됐습니다. buy it now 옵션이 없었던 상기 아이템에 대해서 비더들은 몇일동안 비딩하며 기다리는 것보다 판매자를 찾아가 직거래를 하는 것이 빠르겠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판매자는 직거래가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자신을 찾아온 비더들의 인상이 험악한데다 서로 몸싸움까지 불사하며 장터거래의 기본 예의를 무시하자 신변의 위협을 느끼고 몸을 피했습니다.

한편 이베이에서 밤새워가며 정상적으로 낙찰받은 비더가 paypal 을 통해 지불까지 마쳤으나 판매자가 잠적한 걸 알고 이베이에 클레임을 거는 등 난리를 피웠고, 결국 경찰과 FBI 까지 판매자인 ladysman217 이베이 아이디 사용자를 쫓게 됐습니다.

그사이 비더들이 패를 갈라 시가지에서 총격전까지 벌였고, 이제 거기에 공권력까지 얽히면서 유혈사태가 벌어지자 보다못한 판매자는 주고 빠지자는 심정으로 판매물품인 할아버지의 안경을 평소 약간의 친분관계가 있었던 비더 bumblebee 가 속한 조직(autobots)의 두목인 이베이 비더 optimusprime 에게 낙찰금까지 포기하며 넘겼습니다.

그러나 bonecrusher, starscream 등의 비더들은 거기서 포기하지 않았고, 수감중이었던 그들의 우두머리인 megatron 아이디 사용자를 감옥에서 구출해내어 조직(deceptorcons)을 재건하였고 또다시 autobots 조직과 전면적인 폭력사태를 벌이게 됐습니다.

결국 사태는 진압됐지만 다수의 이베어들이 사망 또는 중상을 입었고, deceptorcons 조직의 두목 megatron 아이디 사용자 또한 사망했습니다. 이베이 비더 megatron 을 우발적으로 살해한 판매자 ladysman217 은 megatron 이 탈옥수의 신분이었다는 점을 감안하여 정당방위였음을 인정받았습니다만, 이사건을 통해 여러가지 교훈을 얻었다고 합니다.

그 교훈들은 욕심부리지 말고 buy it now 옵션을 활용할 것, 그리고 이베이 아이템에 대해 직거래를 시도하지 말 것 등이 되겠습니다. 저 또한 어제 영화 보면서 장터거래의 기본 예절과 이베이 거래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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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yle
Eighth day of week2007/06/20 12:14
집에 가는 길이었죠. 버스정류장에서 우연히 오래전 그녀와 마주치게 됐습니다. 안부인사 나누기도 쑥쓰러운 우연이었지만 그사람 배가 불러있었던 탓에 덜 어색할 수 있었던 것 같네요. 축하한다고 웃어주곤 때마침 도착해준 버스에 도망치듯 올라탔습니다.


버스에 앉아서 책 하나 펼쳐들어 읽고 있었죠. 몇 정거장 지나서 어떤 여자가 내 옆에 앉더군요. 민소매 원피스를 입고 있던 그 여자의 왼쪽 팔이 책을 들고 있는 내 오른팔에 처음 와 닿았을 때, 왠지모르게 긴장되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버스가 흔들릴 때마다 처음본 여자의 살결이, 살짝 까칠하면서도, 부드럽게 느껴지더군요. 끈적하게 더웠던 날의 그 낯설은 청량감이란...

그 보드라움을 아닌척 숨기느라 책에 집중하지 못하게 됐을 무렵, 왜 이여자는 팔을 빼거나 옆으로 비껴 앉아서 상황을 피하려하지 않는 걸까, 혹시 즐기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의심까지했던 바로 그순간이었습니다. 그여자는 왼쪽 어깨에 걸쳤던 가방끈을 오른손으로 끌어내리더니 내 팔과 자신의 팔 사이로 떨어지게 하더군요. 그 가방끈은 팔과 팔 사이에 작은 공간을, 아니 아주 약한 자성과 같은 묘한 긴장을 일으켰어요. 그때문인지 더이상 팔이 닿질 않게 되더군요. 가방끈이래봐야 두껍지도 않고 폭도 손가락 두마디가 채 안되었을텐데도...

그순간의 그게 뭐였을까! 그렇게 가방끈이 우리 사이를 타고 흘러내리는 순간부터 난 그녀에게 반해버렸던 겁니다.



우린 그렇게 만났었죠. 너 닮은 딸 낳아서 행복하게 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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