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ll over Beethoven2010/08/24 13:14
이 글은 지난 8월 20일 EBS SPACE 공감에서 벌어진 티어니 서튼 밴드의 공연 리뷰로, 월간 재즈피플 9월호에 실릴 예정입니다.

2010년 8월 20일 EBS SPACE 공감
티어니 서튼 Tierney Sutton(보컬),
크리스천 제이콥 Christian Jacob(피아노),
케빈 액스트 Kevin Axt(베이스),
레이 브린커 Ray Brinker(드럼)

“재즈는 자유로운 음악이고, 즉흥연주를 통해 이를 만끽하는 거”라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일단 동의할 만한 것이, 스탠더드 곡들의 전통적인 명연들처럼 아직도 주제 뒤에 즉흥연주가 따르는 형식의 연주를 우리는 흔히 보고 듣기 때문이다. 그 경우 연주력과 곡 진행의 구성적 매력이 돋보이기는 하지만 이것을 재해석의 전부라 할 수는 없다. 티어니 서튼 밴드의 공연은 전통적인 연주뿐 아니라 바로 재해석이라는 면에서 차별성을 분명하게 보여줬다.

현시대의 재즈만을 놓고 보았을 때, 재즈가 자유로운 음악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오히려 치밀하게 짜인 복잡한 구성물로서, 처음 들을 때는 단순하게 다가왔다가도 곱씹어 들었을 때 정체를 드러낼 때가 많다. 현대 재즈를 감상 음악으로 두드러지게 만드는 요소들은 지나가면 없어지고 말 즉흥성이란 말로 얼버무려지지 않을 뿐더러, 단순히 자유가 느껴진다고 말하기엔 그 치열함에 비해 성의 없어 보이기까지 한다. 재즈가 변화하고 있는 순간 속에서 함께 살며 느끼기로, 현대 재즈는 작곡과 구성 그리고 해석이란 요소에 비중을 두고 들었을 때 더 큰 감동을 준다. 즉흥연주 또한 이런 요소들과 어우러져 연주됐을 때 효과가 크다.

티어니 서튼 밴드의 공연은 현대 재즈의 주된 감상요소 중 ‘재해석에 의한 독창성’을 다시 생각해보게 했다. 음반에서 듣던 것에 현장감을 더한 채 모든 곡들이 처음부터 그렇게 짜여있었고, 밴드는 자신들의 독창적인 재해석을 표현하는 데 열중하며 보란 듯이 무대 위에 서있었다. 스탠더드에 대한 이들의 재해석이 뛰어나다 할 수 있는 데에는 여러 부연 설명이 가능하겠지만, 무엇보다 그들이 밴드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장장 17년을 함께 해온 밴드에 의한 편곡은 프로젝트 리더의 주도에 의한 해석보다 훨씬 아기자기한 결과를 나았고, 개개인의 연주력에 의존하지 않은 채 다른 밴드의 음악과 차별화시키고 있었다.

현대 재즈의 음악적 지향과 가치를 대중성에 놓고 보면 치밀함이나 독창성 같은 감상 요소들에 대한 언급이 쉽게 와 닿지 않을 수도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티어니 서튼이 세 차례나 그래미 후보로 올랐을 뿐 막상 수상하지는 못한 까닭이 거기에 있잖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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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ll over Beethoven2010/05/09 20:30


동물원에 가면 뭔가 마법 같은 일이 벌어질 것 같은, 그래서 가보고 싶게 만드는 노래. 동물원에서 어떤 일이든 벌어진다고 했다는 가사 속의 누군가(someone), 그리고 그런 이야기를 순진하게 믿었던 걸 수줍어하면서도 노래로 만들어 들려주고 있는 사이먼. 거기 동물원에 가면 평소엔 없었던 이야기들,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이 있다고 한다.

+

틀에 박힌 이야기들과 똑같은 반응들이 순서만 달리 배치되는 걸 매일매일 격고 있다. 그리고 그런 것에 무덤덤해지기엔 너무 예민하고, 지겹다고 느끼고 있는 걸 감추기엔 너무 솔직하고, 그냥 거기에 동화되기엔 내가 너무 강한 나는,

대화가 절실히 필요한데 이야기에 쓰이는 소재들과 어휘들을 잊어가고 있다.

대화가 절실히 필요한데 이야기가 재미있는 상대방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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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ll over Beethoven2010/05/08 00:29

이 글은 지난 4월 8일 EBS SPACE 공감에서의 "3색의 재즈 스펙트럼" 공연 리뷰로, 월간 재즈피플 5월호에 실릴 예정입니다.

2010년 4월 8일 EBS SPACE 공감
송영주,배장은(피아노), 써니킴(노래), 김인영(베이스), 숀 피클러(드럼)

올해 4월로 EBS 스페이스 공감이 개관 6주년을 맞았다. 이를 기념하면서 한국 재즈를 대표하는 세 여성 뮤지션들이 한자리에 어우러지는 기회가 마련됐다. 피아니스트 송영주, 배장은과 보컬리스트 써니 킴이 그 주인공들인데, 여기에 베이시스트 김인영과 숀 피클러(Shawn Pickler)의 드럼이 더해져 듀오에서부터 두 대의 피아노가 주도하는 퀸텟에 이르기까지 여러 다양한 편성을 들려줬다. 드러머를 제외하고는 그간 EBS 스페이스 공감을 포함해 여러 무대에서 접해왔던 뮤지션들이다. 과장해서 말하자면 미사리 카페에서 만나게 될 것 같은 음악인들을 대하는 상투적인 느낌이 없진 않았다. 그러나 이건 공연 전에 머리로 생각할 때의 이야기다. 막상 공연에서는 알면서도 속게 되는 마술 같은 홀림을 경험하게 됐으니 말이다.

이번 공연이 마술 같았다는 비유를 하려는 건 아니다. 다른 얘기지만, 마술쇼는 얼마나 뻔한 내용을 담고 있던가. 커다란 상자에 들어간 미녀의 허리가 곧 잘릴 거란 건 누구나 알고 있다. 허리가 잘린 미녀는 말도 하고 심지어 잘려진 몸이 따로따로 움직일 거란 것도 안다. 그게 다 거짓이라는 걸 알면서도 커다란 칼이 상자를 두 동강 내는 순간 더 실감나게 비명을 지르는 건 관객들이다. 재즈 공연도 쇼 비지니스의 하나일 뿐이라고 말하고 싶진 않지만, 어느 공연이나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기획과 연출의 중요성을 빗대어 생각해볼 수는 있다. 수많은 뮤지션들과 함께 양질의 공연과 방송을 제악해온 EBS 스페이스공감이 지난 6년 동안 올곧게 걸어온 것처럼 말이다.

그중 특별한 기획으로 기억에 남아있는 '재즈, 클래식을 품다'에서 인상 깊었던 '나비부인'을 이날 송영주와 배장은의 듀엣으로 다시 듣게 된 건 반가운 일이었다. 이어진 'Monk Medley' 에서 두 사람은 델로니어스 몽크를 모창하는 듯한 연주로 이 거장에 대해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는 것 같았다. 영화 <Out Of Africa>를 통해 잘 알려진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협주곡은 그 익숙함 때문에 진행될 멜로디가 미리 떠오르는 곡이기도 하지만, 재즈 연주 속에서 이어질 멜로디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감동이 전달됐다. 이날따라 써니 킴은 바비 맥퍼린(Bobby McFerrin)을 떠올리게 하는 풍부한 발성을 들려줬다. EBS 스페이스 공감에서 작년에 가진 단독 공연 때도 연주됐던 'Everywhere' 의 경우 그런 발성이 보컬 이펙터와 시너지를 이뤄 또 다른 느낌으로 연출됐다. 전반적으로 곡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연주를 펼쳤고, 특히 송영주의 'Yellow Brick Road' 에서 인상적인 드러밍을 들려준 숀 피클러에게는 환영인사를 전하고 싶다. 국적을 떠나 한국에서 활동하는 좋은 연주자들이 많아지는 건 당장의 반가움 이상으로 좋은 일이다.

글을 쓰는 입장에서는 의식적으로 공연에 너무 빠져들지 않으면서 어떤 특징적인 소재들을 찾아내고 연주 내내 그것과 연관지어 생각을 이어가는 시도를 하게 된다. 그럼에도 어느새 음악에 정신을 놓게 되는, 머리로는 어떻게 안되는 곤란한(?) 공연이었다. 이는 공연에 홀려버렸다는 앞서의 말과 같은 맥락의 이야기다.

지금처럼 인터넷이 없던 시절, 아껴 모든 용돈으로 음반 한장을 후회 없이 사기 위한 아슬아슬한 고민들을 동반하며 음악에 빠져들던 필자에게 훌륭한 가이드가 되어줬던 매체는 바로 라디오였다. 이제 라디오에서 그런 음악방송이 사라지다시피하고 있다는 건 참 씁쓸한 일이다. 그런데 EBS 스페이스 공감의 방송이 호기심어린 세미마니아들에게 대안으로서의 의미가 되어줄 수 있을 것 같다. 어쩌면 이미 그런 역할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고, 그들이 점차 자신의 취향에 깊이를 더해 마니아가 되었을 때 결국 무대까지 찾게 되지 않을까. EBS 스페이스 공감은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 자신의 취향을 확실히 아는 이들이 찾는 '무대'가 있는 한편, 음악에 진지한 관심을 갖기 시작한 이들에게 깊이 있는 음악을 소개해주는 '방송' 또한 동시에 만들어진다. EBS 스페이스 공감은 그들과 함께 하는 공연이면서, 또 앞을 향한 씨앗이 되기도 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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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ll over Beethoven2010/04/29 00:22
우연한 기회로 알게된 공연이었습니다. 일부러 찾아다니는 공연이 대부분인 '비싼' 저로써는 우연한 기회로 발걸음한다는 것이 단순 호기심 정도의 의미는 아니죠. 게다가 한국의 전통 문화를 다른 나라 사람이 흉내내는 정도의 공연처럼 어설플 것 같다는, 그래서 후회하게 될 수 있다는 위험요소가 있기도 했습니다. 한국에서 제일 평판이 좋은 인도 레스토랑이라고 가보면 전혀 인도음식 같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그런 인도 레스토랑을 흉보거나 하진 않았죠. 인도의 느낌을 얻는 정도로도 충분히 만족스럽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쩌면 제가 오늘 공연에서 기대했던 건 무용 자체에 대한 감흥보다는 인도의 향취만이라도 느껴보고자 함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인도 음악을 라이브로 들을 수 있을 것에 대한 기대감도 있었고요.

그런데 공연은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무용수 금빛나의 '오디시'는 인도 전통의 것을 흉내내는 수준의 설익거나 어설픈 것은 아니더군요. 저는 사실 '오디시' 무용을 처음 봤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금빛나의 무용이 어설픈 것이 아니란 걸 알 수 있냐고 묻는다면, 그건 그것을 처음봤기 때문이라고 대답할 수 있겠군요. 말하자면 무용 그 자체가 즐길 수 있을만큼의 완성도를 보여주었을 때, 그것이 '오디시' 라는 이름을 하고 있건 다른 종류건 상관 없이 훌륭한 것이고, 그런 훌륭한 몸짓이라면 이미 뭔가를 흉내내는 수준의 예술인에게서 나오는 훌륭함일 수가 없죠. 제가 만약 '오디시'에 대해 일각연이 있거나 혹은 오늘 본 것과 비교해볼 수 있는 경험이 있었더라면 오리지널인지 아닌지, 또는 전에 본 것과 어떻게 다른지에 더 얽매여서 보게 됐을 수 있기 때문에 되려 무지 상태에서 본 것이 판단하는 데 더 좋았다라는 거죠.

사실 무용이란 분야 자체가 낯설기도 한데, 이번 공연을 보면서 춤과 무용이란 게 어떻게 다를까 생각했습니다. '오디시'는 무용이라고 불러야 할 것 같아서 그런 생각을 해보게 된 거죠. 사전을 찾아봐도 제 생각을 뒷받침 해주고 있는데, '오디시'는 흥에 겨워서 추는 춤은 아닙니다. 의도와 감정을 음악에 맞춰 드러내는 '오디시'는 바로 무용인 거죠. 오늘 제가 본 '오디시'는 이야기이면서 연주기도 했습니다. 마치 입으로 이야기를 말해주기라도 할 듯한 몸동작들의 연속이었고 음악과 함께 움직임과 동시에 그것에 섞여 연주하기도 하더군요. (발목에 작은 종 꾸러미를 차고 있어서 마치 탭댄스 처럼 발 장단에 따라 소리가 납니다.) 얼굴 표정은 물론 눈동자의 방향까지도 연기하는 섬세한 예술이었습니다.

음악은 녹음된 걸 틀었기 때문에, 라이브 연주가 아니어서 아쉬웠습니다. 시타르 연주자를 붙잡고 악기를 배울 방법을 물어볼 작정이었기 때문에 더 실망스러웠죠. 하지만 음악은 무척 좋더군요. 나중에 따로 연주된 음악이 뭐였는지 알아낼껍니다.

여담이지만, 금빛나의 '오디시' 공연은 지난 일요일 서울의 국립극장에서 한 번, 오늘 수요일 용인시여성회관에서 한 번, 이렇게 두 번 치러졌습니다. 굳이 평일이면서 더 멀기도 한 용인시를 찾아간 이유는, 요즘 그게 뭐던간에 문화행사라면 엄마들이 시끄러운 아이들을 몰고다니는 게 보기 싫어서였어요. 예상대로 용인시여성회관은 자리도 넉넉하고 한산하니 좋더군요. 이곳저곳 전시장들 따위에 아이들 데리고 다니는 엄마들은 문화행사 장소에 아이들을 풀어놓기만 한다고 교육이 이뤄지는 게 아니라스스로 즐길줄 아는 취향을 갖춘 부모를 아이들이 보고 배운다는 걸 깨달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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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ll over Beethoven2010/02/23 13:43
이 글은 지난 2월 5일 EBS SPACE 공감에서의 송준서 트리오의 "강렬한 자화상" 공연 리뷰로, 월간 재즈피플 3월호에 실릴 예정입니다.

2010년 2월 5일 EBS SPACE 공감
송준서(피아노), 김인영(베이스), 정승우(드럼)

2008년 EBS 스페이스 공감에서는 피아니스트들이 클래식 음악을 소재로 연주한 연간 기획 시리즈 "재즈, 클래식을 품다"가 펼쳐졌다. 그 마지막 무대였던 "근현대 음악"의 피아니스트 송준서는 다른 연주자들과 어딘가 달랐다. 네 명의 여성 피아니스트들 속에서 남자 스포츠 경기를 보는 듯한 느낌이나, 그가 다뤘던 현대음악의 상대적 낯설음도 분명 작용했을 거다. 잠시 생각해보면 '자화상'이란 다분히 회화적인 소재다. 그림이 종교나 왕권을 표현하던 수단이었을 때도, 자기 자신에 대한 표현이 금기시됐거나 억압됐을 때도 화가들은 자화상을 그렸다. 그만큼 "나를 어떻게 표현할까"에 대한 고민이 강하게 묻어난 것이 자화상이다. 송준서의 자화상 같았던 이 무대는 어렴풋했던 그의 색깔을 분명히 알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스퍼트까지 숨차게 달리는 듯한 그의 연주는 예쁘기보단 힘 있고 굵직한 리듬과 멜로디가 묵직한 터치로 가득 채워졌다. 'Windows'나 'Spain'이 포함돼 있기도 했지만 칙 코리아나 곤잘로 루발카바 같은 부피감과 섬세함을 함께 가지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원곡 스타일의 피아노 독주로 마무리해 대비 효과를 준 쇼팽의 'Preludes No.4 in E minor'에서 그런 특징이 두드러졌는데, 국내에서 보지 못했던 스타일을 만나게 된 반가운 느낌이었다. 그의 즉흥연주에선 귀에 익은 클래식 멜로디들이 들키지 않을 만큼 들리기도 했다. 송준서는 클래식뿐 아니라 다양한 음악을 소재로 자신의 색깔을 표현해내는 연주자다.

솜씨 좋은 사람이라도 음악을 글로 전달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때문에 다시 오지 않는 순간에 대한 공연리뷰는 회의적인 생각이 들 때도 있다. 특히 이 날처럼 인상 깊은 연주를 접했을 땐 한 장의 앨범을 건네주듯 그 느낌을 재현할 수 없음이 큰 아쉬움이다. 그런데 EBS 스페이스 공감의 공연에 대해서는 그게 가능하다. 녹화된 방송을 보는 방법도 있고 다시보기도 있기 때문이다. 송준서의 <Portrait> 앨범 레퍼토리로 연주된 공연이었지만 앨범과 또다른 맛이 있었다. 본방사수로 필자와 공감하는 독자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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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ll over Beethoven2010/02/03 22:23
최근 음반 시장에 유행 중 하나가 박스셋입니다. 도이치 그라마폰 111주년 기념 박스셋, 블루노트 70주년 박스셋 처럼 특정 레이블에서 만들어낸 박스셋이 있는가 하면, 비틀즈 리마스터 전집, 마일즈 데이비스 콜럼비아 전집, 가장 최근의 정경화 40주년 기념 전집 등 특정 뮤지션들의 전작 컬렉션 박스셋들도 판매되고 있습니다. 이런 경우들은 유명 레이블을 대표하는 음반들의 모음이거나 음악적 시기나 장르를 통째로 대표할만큼 유명한 뮤지션의 음반들이기 때문에 그만큼 홍보도 많이 이뤄지고 예약판매까지 이뤄질만큼 인기가 좋죠.

정경화 데카 데뷔 40주년 기념반

반면 알게 모르게 시장에 나오는 박스셋 또는 그에 준하는 세트 기획상품들도 있습니다. 이들 중 우리나라에 수입조차 되지 않은 것들도 적지않습니다. 예를 들면 작년에 40주년을 맞은 '69 우드스탁 페스티벌이 다양한 패키지 구성의 박스셋이 출반됐죠. 이경우는 우리나라에도 감독판 DVD, 편집된 LP 또는 CD 세트 정도가 들어와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더 화려하고 다양한 구성으로 기획되어 발매되었죠. 또다른 예시로 Pixies 의 박스셋 Minotaur 와 Henry Cow 40주년 박스셋이 있는데, 이미 전작 컬렉션을 둔 상태임에도 개인적으로 무척 갖고 싶은 박스셋들이지만 둘 다 가격이 상당하기 때문에 엄두를 못내고 있죠. 이런 전작 컬렉션 박스셋까진 못되더라도 뮤지션을 대표하는 3 장의 음반을 묶은 트릴로지Trilogy 박스셋들도 있는데 그런 것들까지 포함하면 그 수가 적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과거에 이랬던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들만큼 세트 구성을 이루는 기획음반들이 최근에  많이 나오고 있다는 경향을 알게 해줍니다.

Woodstock: 3 Days of Peace & Music Director's Cut

Pixies "Minotaur"


박스셋 상품들 중 차라리 잘 알려지진 않았고 게다가 고가이기까지하지만 팬들의 구매욕을 자극하는 경우는 다릅니다만, 유행 같은 저가형 박스셋 발매는 씁쓸하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음반 시장이 끝물 장사를 떨이로 하고 있는 것 같은 인상이 매우 짙기 때문이죠. 그래서 마치 폐업 정리 세일을 보고 있는 느낌이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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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ll over Beethoven2010/02/02 00:27
Pat Metheny 의 새 음반이 발매됐습니다. 참 대단한 상상력이다 싶지만, 어쨌든지 음악이 좋아야 하는 겁니다. 눈으로 봤을 때 신기하다고 현혹되어 좋아한다면 그로써는 써커스를 한 샘이 되고 스스로 오욕이라 여기겠죠. 언제던 누구던 음악이 실망시키면 있는 그대로 실망할 겁니다. 지금까지 그러지 않았던 확률적인 믿음만 있을 뿐이죠. 그러니 새로운 "Orchestrion" 도 어서 음반으로 음악을 들어봐야 할 일인데 말입니다. 수입음반이 아직 들어오질 않아서 기다리는 중입니다. 공연은 티켓 오픈하자마자 예매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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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ll over Beethoven2010/01/31 17:10

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은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 전곡을 두 번 녹음했습니다. 그래서 말러 전집이 도이치 그라마폰에서 하나, 소니에서 하나 이렇게 두개 존재하죠. 이중 DG 녹음은 구스타프 말러 녹음들을 통털어서 가장 좋은 평을 듣는 음반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소니에서 나온 전집보다 대중들의 선호도가 높은 건 당연하고요.

그런데 DG 전집도 두가지 버젼이 있습니다. 16CD 가 박스로 된 게 있고 나중에 나온 건 사진에서처럼 6CD, 5CD, 5CD 로 세개의 박스로 나뉘어서 판매되며 가격도 더 싸졌습니다. 그래서 흔히들 버짓budget 전집이라고 라고 부르죠. 내용도 음원도 같고 박스 디자인만 다르며, 버짓 세트와 마찬가지로 세개의 박스로 구성된 걸 아웃케이스로 씌운 것이 오리지날 전집세트죠. 오리지널 전집에는 꽤 두꺼운 해설집 하나가 더 들어있는데, 버짓 전집에는 해설집이 각각의 박스에 따로따로 들어있는 것도 차이점입니다. 오리지널 전집은 번스타인과 말러가 마주하고 있는 흑백 인쇄가 꽤 멋있지만 가격 차이가 몇 만원 나기 때문에 이름 그대로 버짓 전집이 실리적인 선택이죠.

소니뮤직에서 나온 말러 전집은 작년 2009년에 리마스터링 되어 10만원도 안하는 가격에 12CD 로 재발매 되었습니다. 셋 다 구하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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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ll over Beethoven2010/01/27 01:19
바이얼리니스트 정경화의 데뷔 40주년 기념 전집이 나왔습니다. 5천개 한 정 약 한 달 전부터 예약주문을 받았다는데 예약주문으로만 3천개 정도가 팔렸다고 합니다.

사실 저는 클래식을 매우 즐기는 건 아닙니다. 정경화에 대한 흥미는 있었지만 사고 싶은 음반들은 언제나 넘쳐나기 때문에 항상 우선순위에서 밀려있었죠. 그런데 이번 전집 발매는 구매를 위한 우선순위를 앞으로 껑충 뛰어오르기에 충분했어요.

첫번째 이유는 피아니스스 백건우의 베토벤 소나타 전집 박스셋의 한정발매에 대한 전례입니다. 더이상 구할래야 구할 수도 없고 워낙 소강가치가 높다보니 중고시장에도 나오질 않습니다. 나오더라도 가격이 상당해서 왠만큼 바라지 않고서야 새 걸 살 때만큼의 구매력을 발휘하긴 어렵겠죠. 이번 정경화 전집도 5천개 한 정이기 때문에 아쉬움을 남기지 않기 위해서라도 사야 했습니다.

두번째 이유는 가격입니다. 19장의 CD 와 1장의 DVD 로 구성된 전집의 정가가 163,700원 입니다. 물론 온라인 할인가에 각종 쿠폰 등을 더하면 13만원 정도에 살 수도 있죠. 그녀의 데타 레이블 전작 컬렉션을 하려면 그보다 두배 이상의 돈이 들 게 뻔하기 때문에 경제적인 이유도 구매력을 자극하죠. 전집을 사지 않고서 맘에 드는 것만 샀을 때 7,8 장 정도만 골라도 전집의 가격이 돼버립니다. 물론 절판되어 개별적으로 구할 수 없는 음반도 있으니 그걸 세번째 이유로 삼아도 되겠죠.

다른 이유는 개봉을 하면 알게 됩니다.



구성은 두꺼운 화보집 하나와 세 개의 gate-folded 재킷으로 되어있고, 각각의 재킷에는 미디어 20장이 한가득 나뉘어 꽂혀있습니다. 화보집은 한글과 영어로 설명된 내용들과 다양한 사진들이 수록되어있고 꽤 잘 만들어져있습니다.

올해 5월 4일 예술의 전당에서 정경화 협연의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공연이 있습니다. 손가락 부상 이후 5년만의 무대 복귀라죠. 왠만한 표 값이 정경화 전집 하나보다 비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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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ll over Beethoven2010/01/25 09:27

이 글은 지난 1월 5일 EBS SPACE 공감에서의 "얘들아, 재즈를 부탁해" 공연 리뷰로, 월간 재즈피플 2월호에 실릴 예정입니다.


2010년 1월 5일 EBS SPACE 공감
김인영(베이스), 홍성윤(기타), 한웅원(드럼), 박진영(피아노), 강채리(피아노)

작년 재즈피플 12월호에 "재즈야, 우리 아이를 부탁해"라는 기획특집이 실렸다. 글을 쓴 재즈비평가 김현준은 자라섬국제재즈콩쿨의 결선 무대에서 만난 두 어린 피아니스트 박진영과 강채리를 조명하며 그들이 자라왔고 앞으로 자라날 우리 환경에 대해 의미심장한 말들을 던졌다. 그리고 그가 기획의원으로 있는 EBS 스페이스 공감은 이 글의 제목을 반전시킨 "얘들아, 재즈를 부탁해 - 미래를 짊어진 한국의 재즈 악동들" 이란 타이틀의 공연으로 2010년 첫 무대를 꾸몄다. 지면을 통해 보여줄 수 없던 부분을 메워주려는 기획의도가 엿보였다. 한국 재즈에 대한, 그 미래를 책임질 연주자들에 대한 애정을 듬뿍 담은 채 말이다.

박진영과 강채리 뿐 아니라 작년과 올해 재즈피플의 "라이징 스타"로 선정된 한웅원, 김인영, 홍성윤 등이 함께 무대에 올랐다. 한국 재즈의 미래를 짊어질 연주자들이 물론 이들 뿐은 아닐 것이다. 김인영, 홍성윤, 박진영, 강채리는 자라섬국제재즈콩쿨의 결선에 오른 연주자들이고, 한웅원은 작년 재즈피플이 선정한 라이징 스타 중 한 명이다. 공연은 의도한 듯 다양하게 계획된 편성을 통해 모두의 개성을 잘 보여주었고, 한국 재즈의 미래를 조망해보는 기분을 갖게 했다. 말하자면 신년 사주팔자랄까. 10년 후에도, 20년 후에도 이날처럼 이렇게 다양한 앙상블을 다시 만나면서 흐뭇했던 점괘를 떠올리게 되길 바란다.

보틀렉 슬라이드 기타로 스타일리쉬하게 시작된 에스베욘 스벤숀의 'Tide of Trepidation'이 공연의 첫 순서였다. 개성 있는 편곡에 이어 기타리스트 홍성윤은 자작곡인 'Not Yet'을 들려주었는데, 15박자의 이 곡도 그랬지만 이후 다른 이들과의 연주에서도 독특하고 인상적인 박자감각을 선보였다. 그의 트리오 멤버인 정진욱과 김민찬의 연주도 단 두 곡으로 그치기엔 아쉬울 만큼 좋았다. 쿨한 소리를 많이 알고 있는 듯한 드러머 한웅원은 능청스럽고 장난기 어린 잔재미까지 더해줬고, 최근 들어 수차례 무대를 접하면서 드디어 보잉을 처음 들려준 베이시스트 김인영의 독주 'Bye Bye Blackbird' 또한 인상 깊었다.

피아노 솔로를 사이에 두고 연결된 접속곡 형태의 'King of Spade/Queen of Heart'에서 박진영은 후반으로 갈수록 곡의 구성 면에서 극적인 맛을 더해가는 작곡과 연주를 보여줬다. 뒤에서 독주로 연주된 강채리의 'Hand Stand'가 때 묻지 않은 소녀의 감성으로 완성됐다면 박진영의 감성은 상대적으로 음울하다. 왠지 그 모습이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나이이기에 어색해 보이기도 했지만, 국내에선 이런 지향을 가진 연주자가 많지 않아 그만의 스타일을 만들어가는 데 음악적인 강점이 될 수 있겠다. 한 대의 피아노로 박진영과 강채리가 함께한 즉흥연주는 연주 자체의 완성도보다 그들 각자의 개성을 대조해보는 기회가 됐다. 미려한 멜로디보단 무거운 감성과 곡의 구성적인 면에 강점을 드러내는 박진영이 피아노의 왼편에, 스윙 감각이 돋보이는 발랄한 강채리가 오른편에서 연주하여 이 두 피아니스트들의 서로 다른 개성이 극명하게 드러났다. 이제 막 자아가 완성돼 가는 10대들이 과연 한국이란 나라에서 개성을 발산하는 게 가능한지 갸우뚱해지지만, 아이들에게 똑같은 억양의 웅변을 쏟아내도록 가르쳐놓고 그 안에서 옥석을 기대하던 게 이젠 옛날 일이구나 싶어 반가웠다.

필자는 작년 "퓨쳐스 앙상블 2009"의 공연 리뷰에서 어느새 정착된 한국의 재즈교육 환경과 거기에서 자라난 세대에 대해 설레는 기대감을 이야기했다. 언젠가부터 재즈 공연에 있어서만큼은 해외 연주자의 내한 공연보다 국내 연주자의 무대를 더 즐기게 됐다. 그리고 앞으로 이 땅에서 재즈가 대중들에게 더 즐거운 일이 될 거란 점괘는 바로 이런 무대를 근거로 한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도 있다. 피곤한 몸으로 비행기에서 내려 하루짜리 공연을 위해 한국을 '찍고' 가는 해외 유명 연주자들 덕분이 아니란 말이다. 물론 이 신세대들의 연주에는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그러나 이들이 갖고 있는 미완의 단점들은 '발전 가능성'의 다른 말일 뿐이다. 이는 한국 재즈, 혹은 어린 연주자들에 대한 관대한 시선이 결코 아니다. 이들의 연주를 오늘, 내일만 볼 게 아니기 때문에 갖는 그럴 듯한 기대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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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ll over Beethoven2009/12/21 19:12
이 글은 지난 12월 2일 EBS 스페이스공감에서의 오정수밴드 공연리뷰로, 월간 재즈피플 2010년 1월호에 실릴 예정입니다.

EBS Space 공감 2009년 12월 2일
오정수 어쿠스틱 듀오 오정수(g), 김창현(b)
오정수 일렉트릭 밴드 오정수(g), 배장은(k), 김지석(as), 최은창(b), 이도헌(d), 김민채(vo)


악기의 톤을 테크닉으로만 본다면 그건 키스를 글로 배운 것과 같다. 기타의 경우 손의 자세, 손톱의 모양, 탄현 방법 등 물리적인 요소들도 영향을 미치지만, 결국 좋은 톤을 만드는 건 8할이 음악에 대한 느낌을 살리는 일이다. 다른 악기도 방법이 다를 뿐 이치는 같다. 그렇기에 음악과 함께 어우러지는 톤이란 그것이 어쿠스틱이거나 전자악기거나 상관없이 결국 음악을 만드는 요소로서 다르지 않다. 나아가 테크닉 또한 음악 위에서 만들어지기에 연주를 해보지 않은 대중들도 그 차이를 느끼게 되는 거다.

이날 EBS 스페이스 공감의 무대에는 좋은 작곡과 해석을 바탕으로 최선의 톤을 빚어낸 연주자가 있었다. 오정수는 명징한, 기억에 잘 남는 작곡을 보여준다. 이날 연주된 'Song for Nature'나 'New York' 같은 곡에서는 다이내믹하게 전환되는 구성과 리듬이 돋보였고, 대부분 유려한 멜로디 라인을 바탕으로 그 특징들을 잘 살린 솔로와 톤을 들려주었다.

공연은 베이시스트 김창현과의 어쿠스틱 듀오로 시작됐다. 오정수의 <Invisible Worth> 에 수록된 곡들이 연주됐는데 음반에서 조지 가존(George Garzon)이 연주한 주선율들을 오정수의 어쿠스틱 기타로 들을 수 있었다. 이후 배장은의 글루미한 피아노 전주와 오정수의 심장 고동소리 같은 기타효과음을 시작으로 피아노-기타 듀오의 'Throughout'이 연주됐다. 그에 이어진 즉흥연주부터는 최은창, 김지석, 이도헌 등이 가세한 밴드로 연주됐고, 중간에 객원보컬 김민채가 등장하는 등 다채로운 편성을 보여줬다.


연주는 후반으로 갈수록 재미를 더했지만, 'Throughout'부터 이어진 즉흥연주와 'The Weak' 까지의 연결에서는 관객들의 반응도 인상적이었다. 공연 프로그렘에는 'Throughout', 'Free Improvisation', 'The Weak'로 구분돼 있었는데, 오정수는 이 셋을 분위기 전환만으로 이어붙이면서 각각의 곡을 명확하게 마무리 짓지는 않았다. 일반적으로 기대할 수 없는 낯설음이었다. 다양한 공연을 많이 경험해도 그런 가능성을 이성적으로 머리에 넣고 있거나 혹은 감각적으로 느낄 수 있을 만큼 훈련된 감상자는 드물다. 관객들을 눈치9단으로 단련시켜주는 자유즉흥 또는 구성즉흥 무대라면 모를까, 이날의 관객들에게서 연주자의 의도에 대한 인사이트를 기대할 수는 없었다. 그럼에도 곡들이 전환되며 이어지는 두 개의 공간에서 단 한명도 박수로 흐름을 끊지 않았다는 건 무척 고무적이었다. 짐작하건데 누군가 기침소리라도 냈다면 그것을 핑계 삼아 관객들은 참았던 박수를 터뜨렸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 모두 두 번의 정적 속에서 오정수 밴드가 의도한 음악에 집중하며 침묵을 지켰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연주자들의 의도를 완성하는 데 도움이 된 이러한 우연은 까치설날이나 화이트 크리스마스 같은---바란다고 해서 이뤄지지도 않고, 예측 후엔 틀리기 마련이며, 아니라도 즐거움을 망치진 않는---즐거움이었다고나 할까?


주목받는 뮤지션은 음악적 행보에 '발전'과 '변화', 두 가지 중 하나라도 성공하지 못하면 대중의 기대에서 이내 멀어지게 된다. 배우들이 연기력으로 승부하는 것만큼이나 작품을 신중히 선택해서 이미지 변화를 꾀하고 영역을 넓히듯---하다못해 성형수술을 통한 '변신'도 '변화'로 봐주자. 그런 선택을 강요하는 것이 대중이므로---재즈 또한 발전과 변화에 상당히 민감하다는 생각이다. 변화는 발전의 의미를 포함하면서 그 이상으로 어려운 것이기도 하다. 동시에 짧은 인생에서 발전보다는 변화의 한계점이 더 멀기 때문에 변화에는 시도의 의미도 반영될 수 있고 완성도에 대해 관대하기도 하다.

오정수는 이날 공연에서 두 가지 편성을 보여줬고, 그 자신이 곡마다 연주의 변화를 준만큼 다른 멤버들과 함께한 음악 색깔 또한 다양했다. 공연이 짧게 지나갔던 것은 다행히도 그런 의도된 변화가 관객들의 박수를 이끌어냈고 지루할 틈 없이 바뀌었기 때문이었을 거다. 사실 더 많은 걸 보여주려는 부담에서 자유로웠을, 예전에 마주한 클럽 공연에서 오정수는 더 인상 깊었다. 하지만 앞으로 오정수의 음악이 재즈 팬들을 '숨죽이게 할' 발전과 변화의 연속일 거라는 기대를 품기엔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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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ll over Beethoven2009/12/19 16:19
70CD + 1DVD 로 구성된 Miles Davis The Complete Columbia Album Collection 을 샀습니다. 전에도 컬렉션 중에 마일즈 데이비스가 가장 많았지만 이제는 다른 뮤지션들과는 비교도 안되게 압도적인 게 되버렸네요.

컬럼비아에서 나온 음반들만 박스셋으로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서 전부터 가지고 있던 컬럼비아 음반들을 정리했습니다. 일본에서 발매된 LP 미니어처 시리즈와 리마스터드 수입음반, 일반 수입음반, 그리고 Plugged Nickel 실황 박스셋으로 나눠서 팔았는데 번거롭지 않게도 한 사람이 모두 사갔죠. 게다가 중고로 판 돈이 새 박스셋을 사고도 남습니다.

하지만 남는 장사였다는 느낌은 안드네요. 일단 한 장 한 장 고민해가면서 사 모은 음반들에 묻어있는 제 손때가 그렇습니다. 그리고 십수년 전에 샀고 감격스러워해가며 들었던 Bitches Brew 음반을 2CD 임에도 라이센스 음반이라는 이유로 일관 판매시의 '덤'으로 처릴 해버린 게 안타깝네요. 또, 8장짜리 Plugged Nickel 박스셋은 새로 살 박스셋에 고스란히 들어있을 걸로 믿고서 팔았는데, 새로 산 박스셋에는 한장짜리로 편집된 버젼이 들어가 있더군요.

재킷에 CD 가 들어있는지나 확인했을 뿐, 저걸 언제 다 듣겠다 싶습니다. 결국 괜한 짓을 한 것 같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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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ll over Beethoven2009/09/12 09:28
제가 재즈를 듣기 시작한 건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입니다. 그 시작이 된 두가지 계기가 있었죠. 하나는 단골 음반가게에서 얻은예음레코드 재즈 카달로그였습니다. 그 안에 있던 음반 재킷들이 제게 뭔가 말을 걸고 있는 듯 했어요. 그리고 또 하나가 롤링스톤스 였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마이클잭슨으로 시작해서 중학교 1학년 때 비틀즈를 듣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레드제플린으로 하드락을 듣게됐고, 건즈엔로지즈로 헤비메탈을 즐기게 됐죠. 그때는 지금처럼 음반을 많이 살 수 있는 형편도 못 됐고, 갖지는 못해도 검색을통해 간편하게 들을 수 있는 환경도 아니었습니다. 라디오에서 들려주는 노래들이 '발견'의 의미를 갖을 때습니다. 다양하게 많이알지는 못했지만 비틀즈, 레드제플린, 건즈엔로지즈만 알아도 록앤롤은 그게 전부라고 생각하기에 충분했었습니다. 롤링스톤스를 몰라도비틀즈를 떠올리면 들리는 듯했고 딥퍼플을, 메탈리카를 몰라도 라디오에서 몇 곡만 듣고서도 전부인 양 사랑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고서 고등학교 2학년 때쯤 스레쉬 메탈이란 걸 듣기 시작했죠. 빌보드엔 판테라가 있었고 한국엔 크레시가 있었습니다. 초등학교 때 팝에서 시작해서 록큰롤, 하드록, 헤비메탈 이제 스레쉬 메탈까지, 점점 더 제 취향은 시끄럽고 자극적인 음악으로 옮겨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치 수학의 정석 I 뒤에 II 를 사게 되듯, 성문 기본 뒤에 종합이 순서인 것처럼 그 다음이 데스 메탈이겠거니 너무 당연시하며 카르카스나 네이팜데스 같은 음악이 라디오에서 나와줬으면 좋겠다며 책걸이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그무렵에 롤링스톤스가 새음반 Voodoo lounge 을 발표했습니다. 그들과 거의 같은 시기에 시작된 비틀즈는 이미 한참 전에 해체되어 벌써 고전이라고 불리게 될만큼 옛 일이 됐습니다. 헤비메탈마저 전성기를 지나고 얼터너티브락이나 모던락이 대세를 이루던 시기였죠. 그런데 결성된지 30년이 지난 그 나이에 록앤롤 새 음반을 낸다는 것이 에너지 넘치는 스레쉬 메탈을 듣던 저로써는나이드신 어르신들이 빨간 셔츠에 하얀 구두 신고 다니는 일처럼 비춰보였습니다. 그리고 생각했죠. 내가 과연 몇살까지 이처럼자극저인 음악에 머릴 흔들어댈 수 있을까 하고요. 예음레코드 재즈 카탈로그를 집에 들고온 어느날 그 안에서 보게 된재킷 사진 속에서 뿔태 안경을 쓴 채 차분히 앉아 있는 백인 아저씨에게 이끌려 재즈를 듣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저는 롤링스톤스의 공연실황 DVD, shine a light 를 보고 있습니다. 빨간 셔츠와 흰구두처럼 보였던 voodoo lounge 가 발표되고 햇수로 15년이 더 지나서도 방방 뛰어다니며 그 어떤 밴드들보다 섹시한 스타일과 연주로 무대를 누비는 걸 보고있습니다. 나이들면 락이 빨간 셔츠 같은 게 될꺼라는 생각은 착각이었습니다. 그런 착각을 할 때와 지금을 비교해보면, 사고 싶은음반들을 돈 때문에 크게 고민하지 않게 되었고, 음악은 여전히 갖고 싶은 것이지만 검색해서 들어볼 수 있을만큼 가벼워졌고,라디오는 사라졌습니다. (사라진 거나 다름 없습니다.)

많이 변했지만 지금도 여전히 락을 좋아합니다. 그리고 어떤 착각으로인해 재즈를 만나게 된 것도 참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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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ll over Beethoven2009/09/03 09:45
여름에 하려고 했던 기타 콘서트를 10월 10일 가을에 하게 됐습니다. 원래는 잔디밭 정원에서 하려고 밤이 춥지 않은 여름에 할 생각이었던 건데 한동안 무척 바빠서 연습을 할 수 없었죠. 사실 지금도 좀 무리스럽긴 하지만 더 늦어지면 안될 것 같아서 최대한 빠른 시간으로 잡은 것이 10월 10일이 되었네요. 날짜, 시간, 장소, 그리고 연주할 레퍼토리까지 모두 정해졌습니다. 한 곡은 갖고 있는 악보의 편곡이 맘에 안들어서 어제 해외 주문을 넣었는데 도착하기까지 2주가량 걸릴 껄 생각하면 연습할 시간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일시 : 10월 10일 토요일 저녁 8시
장소 : 강원도 횡성군 안흥면, 안흥천 옆 통나무집

프로그램
1. Austurias (Suite española, Op. 47, No. 1) - Isaac Albéniz
2. Granada (Suite española, Op. 47, No. 5) - Isaac Albéniz
3. Recuerdos de la Alhambra - Francisco Tárrega
4. Capricho de Arabe - Francisco Tárrega
5. Cucurrucucu Paloma - Tomás Ménde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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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횡성군 안흥면 | 영재네 안흥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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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ll over Beethoven2009/08/06 02:11
저의 어린 시절에 무척 감명깊게 본 TV만화 시리즈 두 편이 영화화 되었습니다. 하나는 벌써 두번째 시리즈가 개봉된 '트랜스포머'고 또 하나는 최근 개봉한 '지아이조'(G.I.Joe) 죠. 둘 다 만화에 등장하는 장난감 피규어를 하나라도 갖고 있지 않으면 학교에서 왕따가 될 정도로 인기가 많은 만화였죠. (당시 저는 캐나다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트랜스포머도 그랬지만 '지아이조' 또한 만화를 전혀 답습하고 있지 않습니다. 80년대 만화가 내다볼 수 있는 미래 기술과 현재의 표현 능력에는 너무나 큰 차이가 있어 그런 건지도 모르겠군요. 그럼에도 '지아이조'는 너무나 만화같은 영화가 되었습니다. 대놓고 리얼리티를 무시하는 내용 전개와 컴퓨터 그래픽이 차라리 그냥 만화를 본다는 마음을 갖도록 하였으니까요.

어린 시절에 보던 만화에 대한 향수도 한 몫을 했지만 이병헌의 출연이 결정적으로 이 영화를 보도록 한 계기가 됐습니다. 이병헌이 연기한 '스톰 쉐도우'는 비중이 작은 케릭터는 아니었지만 어딘가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헐리우드 영화 속의 비중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과거 '스피드 레이서'와 곧 개봉할 '닌자 어세신'에 출연한 가수 비와 비교를 해볼 수도 있겠죠. '닌자 어세신'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스피드 레이서'를 본 관객들의 비에 대한 반응은 별로 비중있는 역할이 아니었는 데 반해 큰 기대를 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와 비교했을 때 '지아이조'에서 이병헌이 연기한 스톰 쉐도우의 역할 비중은 결코 작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아쉬움은 있습니다. 일단 이병헌의 별로 많지 않은 대사가 (대부분 영어 단문 이었고 복문의 대사는 극히 드물었다.) 오버더빙으로 처리된 것 같다는 점도 그렇고, 액션 장면이 많을 뿐 전체 스토리 빌딩에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는 등장인물입니다. 결말에 스네이크 아이와의 대결에서 죽는 것처럼 처리됐지만 원작 만화에서의 스톰 쉐도우 캐릭터가 꽤 자주 등장한다는 걸 생각했을 때, 비단 영화가 만화를 답습하지 않고 있다고 앞서 이야기했지만, 다음편에서 과연 이병헌이 스톰 쉐도우로 다시 등장하게 될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굳이 오버더빙까지 해줘야 하고 스토리빌딩에 참여하지 못하는 케릭터를 위해 죽은 것처럼 처리된 등장인물을 또다시 살려내려 할까요?

그의 역할에 대한 아쉬움은 비중이 있는 듯 기실 별로 없다는 것 말고 한가지 더 있습니다. 가수 비의 예를 다시 들어보면, 비의 경우 한국영화에서 이렇다할 작품이 없는 배우로 한국영화든 미국영화든 그냥 그 자체로 판단하면 됩니다. 하지만 이병헌의 경우 이미 한국영화에서 자릴 잡은 배우로써 좋은 평을 받은 작품들도 여럿 있기 때문에 헐리우드 영화에 출연해서 비중을 얼마나 차지하고 있느냐를 따지고 있는 것 자체가 안타까운 일입니다. 비는 한국영화에서 용머리가 된 적 없으니 헐리우드 영화에서 뱀꼬리가 되어도 그 출연한 것 자체에 의미를 두면 되겠죠. 그러나 이병헌의 경우 용머리의 모습과 비교했을 때 뱀꼬리의 모습이 초라해 보일 수 있는 중견배우입니다.

악역이라도 앞으로의 '지아이조' 시리즈에서 계속 출연한다면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는 것 마냥 좋겠습니다만, 뱀꼬리 하느라 가랑이 찢어지느니 한국영화에서 용머리 되면 좋겠습니다. 간신히 본선 진출하는 거에 의미두고서 그 많은 응원을 불러내는 월드컵 대표팀 응원보다 국내 K 리크 응원하는 것이 축구발전이나 선수 개개인들에게 더 큰 도움이 되는 것처럼 영화에서도 마찬가지일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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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ll over Beethoven2009/07/24 10:44
이 글은 지난 6월 23일 LIG ArtHall 에서 펼쳐진 재즈피플 2009 리더스 폴 수상자들의 공연 리뷰로, 월간 재즈피플 8월호에 실릴 예정입니다.

LIG ArtHall 2009년 6월 23일

2009 리더스 폴
배장은(p), 최은창(b), 크리스 바가(d), 손성제(s), 최우준(g)


프로그램을 받아든 순간 13곡이나 되는 곡 목록을 보면서 이날 공연이 어떤 식으로 진행될 것인지에 대한 그림이 그려졌다. 시작되지도 않은 공연을 곡의 양으로 판단하는 것이 섣부른 생각이긴 하다. 하지만 연주되는 곡이 많다고 해서 마냥 좋은 공연이 될 리는 없고, 조용필이나 팻 메시니처럼 세 시간쯤 내리 음악을 쏟아내며 청중을 즐거움에 지치게 만드는 경우를 아무 때나 기대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더구나 이날의 연주자들이 서로 여러 차례 협연을 해왔겠지만, 리더스 폴 공연을 위해 일시적으로 모여 “V.S.O.P.”를 펼치는 올스타밴드인 걸 생각했을 때 기대 반 의심 반의 마음일 수밖에 없었다.


라이징 스타 2009의 오프닝 무대로 공연이 시작됐다. 지난 6월의 “퓨처스 앙상블 2009” 공연을 통해 워낙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는 연주자들이어서 연주를 들으며 공연 시작 전의 우려를 잊어버린 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두 번째로 연주된 ‘Autumn Leaves’에서 트럼펫과 색소폰이 주고받으며 진행되는 리듬의 변화와, 템포를 바꿔가며 진행되는 피아노 변주들은 스탠더드 곡들이 수도 없이 곱씹어 연주되어도 재즈를 재즈답게 즐길 수 있게 하는 그들만의 모습이었다. 좀 생뚱한 비유지만 할 일 없는 주말에 만화책 수십 권을 옆에 쌓아놓고 누운 채 그 첫 권을 펼쳤을 때의 기분이랄까. 앞으로 즐길 거리가 얼마든지 많다는 풍족한 인상을 주는 오프닝이었다.


2009 리더스 폴 수상자들의 첫 곡은 칙 코리아의 ‘Windows'였다. 배장은의 최근 음반 <Go>의 첫 곡이기도 한데, 음반에서는 들을 수 없는 피아노 인트로가 있었다. 무대에 홀로 오른 배장은의 인트로는 그녀가 어떻게 다른지를 말할 수 있을만한 연주였다. 그런 연주에 청중들이 몰입할 수 있도록 배려를 보인 최은창과 크리스 바가는 인트로가 끝날 무렵 무대에 등장했고, 이내 트리오 편성으로 곡이 진행되었다. 그런데 곡이 끝날 무렵, 십여 곡의 곡목들을 보며 내용면에서 허술한 공연이 될지 모르겠다는 단편적인 우려가 다시 떠올랐다. 성급하게 마무리된 것 같은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무언가 더 즐길 게 나와 줘야 할 것 같은 아쉬움은 이어서 연주된 ‘Propose’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최우준의 기타는 다시 한 번 절정을 향해 치달아야 한다고 느낀 순간 끝나버리고 말았다. 어쩌면 더 듣고 싶은 욕심 때문에 그렇게 들렸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곡 진행상의 아쉬움을 제쳐놓고 생각해도, 이날 연주된 곡들은 대개 연주자를 소개하는 데 더 큰 의미를 두었으며, 진면목을 보여주는 연주는 상대적으로 적다는 느낌이 강했다.


그러나 연주자 개개인에 대해서는 인상 깊은 요소들이 곳곳에서 보이기는 했다. ‘Chicken’을 연주하면서 기타 현 위에서 핑거링, 피킹, 스트로킹 같은 통상적인 주법 말고도 비비고 때리고 긁기도 하는 최우준의 연주는 그가 기타라는 도구적인 틀을 넘어섰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마치 ‘식사’라는 곡을 연주할 때마다 하는 ‘밥 숟가락질’을 우리가 주법이라고 부르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이건 기타를 긁고 때리는 연주 자체가 특이하게 보일 수 있는 것과는 다른 이야기다. ‘Moody's Mood For Love’에서 화려하면서도 다 보이지 않고 약간은 감춰진 듯한 배장은의 인트로는 또 한 번의 감명을 주었다. 콘트라베이스건 일렉트릭 베이스건 균형 있게 좋은 연주를 들려주는 최은창은 공연 내내 여러 연주자들의 다양한 곡에서 그 자신의 역할을 말해주는 연주를 펼쳤다. 자신의 곡 ‘Carla’를 연주하기에 앞서 그는 한국의 재즈 무대에서 여러 연주자들을 뒷받침해주고 있는 자신의 역할에 대한 평가로 이 자리에 선 것이며, 그것이 스스로에게도 기분 좋은 일임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리더스 폴 2009에서 평생공로상을 수상한 강대관 선생은 대한민국 재즈 1세대로서, 손자뻘 되는 3세대 연주자들과 ‘Summertime’을 협연했다. 마치 마일즈 데이비스가 초기 재즈 록 시절에 선보였던 스타일을 연상시킨 이 연주는 상대적으로 짧은 듯했지만 이날 공연에서 선보인 곡들 중에서 그 의미상 가장 흐뭇하고 멋진 순간이었다.


필자가 꾸준히 응원하는 종목은 재즈밖에 없다. 그러기에 스포츠 팬들이 농구나 야구의 올스타전을 구경 가는 느낌을 약간은 갖고 있었다. 그런데 리더스 폴이라는 직접적인 참여를 통해 이날의 공연을 마련한 재즈 팬들은, 결국 이 연주자들이 무언가 진한 승부를 내길 원했던 게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필자는 경기 내용이 대체로 싱거웠다는 이야길 하고 있기에 스스로 재즈 팬이 맞는지 헷갈려하고 있기도 하다. 또 모두 일어나서 응원을 하고 있을 때 팔짱 끼고 앉아서 분위기 망치는 역할을 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올스타전을 즐기는 법, 그건 흥겨운 축제를 즐기는 기분과 같다는 걸 안다. 하지만 팽팽하게 전개되는 긴장감은 어디서든, 누구에게든 요구할 수 있는 재즈 팬의 권리다. 마음만 먹었으면 그걸 충분히 해낼 연주자들이었다는 걸 잘 알기에 하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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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ll over Beethoven2009/06/27 14:00
 
마이클잭슨의 발견은 다락방에서 찾아낸 잡동사니 같은 거였습니다. 그 기억은 초등학교 5학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아버지의 서재에 가면 오래된 잡동사니들이 많이 쌓여있어서 당신의 옛날 물건들을 뒤지며 놀곤 했었죠. 그러다가 오래된 카세트테이프(MC)들을 발견했을 땐 그 안에 뭐가 들어있나 재생해보기도 했는데 저의 더 어릴 적 목소리 같은 것들이 녹음되어있었어요. (요즘은 캠코더로 아이들을 녹화하지만 그시절엔 카세트로 아이들은 녹음했나보죠.)

그때 그 MC들 사이에서 마이클잭슨을 처음 발견했습니다. 녹색 라벨이 붙어있던 MC 는 해적판 짬뽕이었는데, 주로 엘범 <Thriller> 의 곡들 위주였죠. 그리고 얼마후 저는 제 인생 최초로 용돈으로 엘범을 사게 됩니다.  그게 바로 <BAD> 였어요. (이때 산 MC 는 아직도 가지고 있습니다.) 팝송이라고는 누나가 듣던 Whitney Huston 이랑 초코렛 광고와 영웅본색으로 유명했던 장국영 말고는 몰랐던 제게 엄청난 충격이었죠.

마침 6학년이 되면서 아버지께서 일본에 다녀오시면서 AIWA 카세트 재생기를 사다주셨고 그때부터 아주 불나기 시작했죠. 아직도 기억나는 것이 초등학교 수학여행 다녀오는 버스 안에서 <BAD> 를 듣던 기억입니다. 돌아올 때 한밤중에 비가 왔는데 제가 젤 좋아하는 'Man in the mirror' 라는 곡이 틀어져나오던 창밖 도로 풍경이 아직도 보이는 것만 같아요.
 

이젠 상당히 많아진 컬렉션들의 일부로 MC 가 아닌 LP 와 CD 로도 마이클 잭슨의 음반들을 가지고 있어서 몇 년에 한 번 들을까 말까에 자켓 사진이 눈에 스칠 일도 드뭅니다. 또 제가 그의 내한공연 때 애써 찾아갔던 것도 아니고 광적으로 그를 좋아해서 프로필을 외고 다니거나 자료를 수집하거나 한 적도 없었죠. 그렇지만 마이클 잭슨이 단지 컬렉션의 최초 시작의 의미만 있는 게 아니란 것, 그건 바로 어제 마이클 잭슨이 죽기 전에도 너무 진하게 알고 있던 사실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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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ll over Beethoven2009/06/22 18:21

이 글은 퓨처스 앙상블 2009 공연 리뷰로 월간 재즈피플 7월호에 실릴 예정입니다.


EBS SPACE 2009년 6월 10일

퓨처스 앙상블 2009 배선용(t), 신명섭(ts), 윤석철(p), 정상이(b), 한웅원(d), 허소영(v)


퓨처스 앙상블(Future's Ensemble) 2009’의 무대가 마련된 공연 당일 EBS 방송국 앞의 매봉역 지하철 역사에는 거리 연주자들의 색소폰 연주가 벌어지고 있었다. 연주할 수 있는 무대로 행인 앞인들 마다하지 않는 즐거운 아마추어들이었지만, 그들 앞에 멈춰서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얼마 전 EBS의 <다큐프라임>은 사람들의 편견과 고정관념이 어떤 착각을 불러일으키는지를 다뤘다. 사람들의 착각을 보여주기 위한 여러 가지 실험을 했는데, 연주자의 학력이나 경력에 따라서 연주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과 평가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보여준 것도 그 중 하나였다. 쉽게 예상되는 결과를 낸 그 실험은 국내 콩쿨 우승경력의 바이올린 연주자를 통해 이뤄졌는데, 자연스럽게 한국의 재즈는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됐다.


한국에서 가장 왕성하게 활동 중인 재즈 연주자들 중 유학 경험이 없는 연주자가 얼마나 있던가. 그러나 그들의 프로필에 흔하게 등장하는 유학 경험이나 유명 연주자와의 협연 경험들이 한국의 재즈 팬들에게 어떤 작용을 기대한 결과물이라면 상당한 오해일 듯하다. 그들의 학력과 경력은 대중들에게 잘 모르는 연주자의 음반을 고를 때 비교적 친숙한 연주인과 협연한 음반부터 접해보는 정도의 참고적 의미 이상은 아닐 거라고 본다. 한국 재즈에 고정관념과 편견이 작용한다면 그건 평가절하의 결과를 보이는 경우가 더 많을 테고, 다행히(?) 학력이나 경력으로 포장된 채 그들이 세계적인 연주자라는 대중의 착각을 불러일으키진 않는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재즈 연주자들에게 유학경력이 흔하고 그것도 조기유학이 아닌 늑장유학인 경우가 많다는 건 단순히 한국에서 재즈를 배울 수 있는 기반이 부족했기 때문이었으리라는 생각으로 옮겨가게 된다.


이날 만난 여섯 연주자들에 대한 생뚱맞은 반가움은 거기서 비롯됐다. 별로 접해보지 못했던 (유학 경력 없는) 이력의 20대 젊은 연주자들이 그렇게나 재즈를 훌륭하게 그리고 재미나게 연주하는 모습이 신기했던 거다. 기실 이런 젊은 연주자들이 많이 활동하고 있는데 단지 필자의 경험이 미치지 못한 탓이라면 더 반가운 일이다. 솔직히 이날의 공연에 앞서 ‘실용음악’이란 이름으로 재즈를 포괄하고 있는 학과나 학원에서 공부한 연주자들의 공연을 떠올렸었다. 그런데 퓨처스 앙상블에 대한 의아함은 그들의 연주가 실용음악이 아닌 재즈였기 때문이었다. 첫 곡으로 연주된 섹스텟 편성의 ‘Rising Starts’를 들을 때부터 그랬는데, 이 곡은 그날 연주된 곡들이 예상했던 모습과 전혀 다를 것이란 걸 눈치 채게 했다. 그러한 시작부터 나머지 공연 내내 스윙과 비밥을 기반으로 한 20대의 연주자들은 내게 낯선 경험이었다. 그러고 보면 재즈를 담고 있는 것처럼 얘기되는 ‘실용음악’이 사실 얼마나 재즈와 거리가 먼 표현이었던가.


여섯 명의 출연자가 서로를 소개해가며 자신의 곡을 연주하는 형태로 진행된 이날 공연에서 가장 두드러졌던 연주자는 피아니스트 윤석철이었다. 세 번째로 연주된 윤석철 작곡의 ‘Low Passion’에서 무거운 톤으로 철골 같이 심어지는 반복적인 리듬연주와 몰아치는 솔로는 남은 공연 내내 그를 주목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어찌나 인상 깊었던지 뒤이어진 허소영의 ‘Moody's Mood For Love’의 인트로까지 전 곡에서의 에너지가 이어지는 듯 했고 후반부의 ‘거울’이나 ‘Hope’까지 그의 거침없는 솔로는 계속 됐다. 전체 곡 분위기를 미리 다 보여주는 것 같아서 살짝 부담스럽기도 했던 ‘Moody's Mood For Love'의 피아노 인트로는 허소영이 곧바로 노래로 이어받기 아쉽게 만들었던가 보다. 그런데 노래를 시작하기 전 그런 윤석철에게 박수를 보내는 여유를 보여준 허소영의 노래 또한 정말 대단했다. 제임스 무디(James Moody)의 솔로에 가사를 붙여 부른 그 곡은 그녀의 첫 앨범의 컨셉트를 대변하면서 블루지한 목소리와 함께 범상치 않은 신인임을 직감케 했다.


연주된 곡들은 대체로 직관적으로 이해되어 그 자리에서 즐길 수 있었던 곡들이었고, 반복적인 멜로디를 아름답게 발전시켜나가는 신명섭의 ‘Hope’ 같은 곡은 특히 더 그랬다. 반면 배선용의 ‘거울’은 라이브라는 일회성이 아리송함을 남기는 곱씹어 보고픈 곡이었다. 그런데 자신의 곡에서 피아노에게 멋진 공간을 남겨주면서 스스로는 전면에서 내지르지 않는 모습이 의외였다. 다른 곡들에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고 그것이 절제된 건지 혹은 소극적인 모습인지 모를 일이지만 확실히 앞으로 더 기대해 볼 연주자였다. 공연 다음날 낯선 곡 하나를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고 있었는데 그 곡은 한웅원의 ‘Strawberry Princess’였다. 정작 공연장에서는 좋은 리듬감 말고 특별한 감상 포인트를 잡지 못했었지만 역시 탄탄한 기본은 튀지 않고도 오랜 인상을 남긴다. 정상이는 자신의 곡 ‘May Dance’에서 주제를 담은 인트로 뿐 아니라 전곡에 걸쳐 범상치 않은 베이스 라인을 들려줬다.


퓨처스 앙상블과 같은 젊은 신인 연주자들은 어떤 해답과도 같은 의미로 다가오기도 한다. 근래 들어 느끼고 있는 한국 재즈 연주자들에 대한 신선한 즐거움이 언제까지 지속될까 하는 의문이 들 무렵에 이들의 무대를 통해 적절한 답을 만난 셈이다. 그리고 그 해답은 필자 개인에게만 의미가 있는 게 아닐 거다. 과거 국내에서 실용음악을 전공하고 유학을 떠나 재즈를 배웠던 세대들과는 달리 지금은 국내에서도 재즈를 공부할 기반이 전보다 더 많이 갖춰져 있다는 걸 간접적으로 알게 한다. 더불어 어릴 때부터 재즈를 진지하게 듣고 연주하길 즐기던 스윙키즈들이 전보다 나아진 기반 위에서 재즈를 수련하며 앞으로도 재즈 팬들을 즐겁게 하기 위해 여기저기서 무럭무럭 자라나주고 있지 않을까. 이건 분명 즐겁고 설레는 기대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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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yle
Roll over Beethoven2009/05/12 22:43
지난주 방영된 23번째 에피소드에서 드디어, 드디어 커디와, 드디어 커디와 하우스가, 드디어 커디와 하우스가 러브라인을 형성했더랬습니다. 대체 어떻게 흘러가려고 이러나 싶기도 하면서, 한편으로 시즌5를 약간 우습게 연출되는 헤피엔딩으로 끝내려는 게 아닐까하는 우려도 됐었지요.

그러나 역시 Dr. 하우스는 최고의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배경음악과 케릭터 설정도 너무나 훌륭하지만) 만들어진 최고의 드라마입니다. 최근 방영된 에피소드 24를 보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커디와 하우스의 러브씬은 에피소드 24에서 대반전으로 이어집니다.영화 "Usual Suspect" 를 보고 극장 밖으로 나온 사람마냥 "절름발이가 범인이다!" 라고 외치고 싶지만 스포일러는 참아야겠지요. 대신 한가지만 이야기하죠. 커디가 하우스의 집에 놓고간 립스틱을 주목하세요.

그나저나 시즌5까지 꾸준히 봐왔던 메디컬 드라마 House 가 종영될 것 같습니다. 그동안 소재로 사용되는 병명들이 귀에 익으면서 소재의 진부함도 느꼈던 게 사실이지만 24번째 마지막 에피소드는 드라마 House 의 종영을, 정말 그렇게 된다면 너무나 아쉽게 만드는 Best of the best 가 될 겁니다.

절름발이와 섹시 커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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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yle
Roll over Beethoven2009/04/18 12:24
영화 Vicky Cristina Barcelona 를 봤습니다. 영화에 플롯이 없어서 재밌다고는 못하겠지만 스페인 바로셀로나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통해서 여행의 추억을 되새길 수도 있어서 좋았고 또 낯익은 스페인 기타곡들이 배경음악으로 자주 나와서 몰입이 더 쉬웠습니다.

이 영화에서는 주제곡 말고 스페인의 대표적인 클래식기타 작곡가 Issac Albeniz 의 Granada 라는 곡이 자주 나옵니다. 이 곡이 틀어져 나오는 한 장면을(아래) 보면서 두번째 개인 콘서트의 테마를 잡았네요.


스페인의 더위 속에서 한밤에 시원해보이는 야외 무대에서 즐기는 콘서트. 실제 이런 게 그들의 생활문화 속에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한국에서도 해봄직한 것 같아요. 그리고 이장면을 통해서 비슷한 영화 하나가 더 떠올랐는데 역시 스페인을 무대로 한 Habla con ella (영제: Talk to her) 입니다. 이영화는 스페인을 배경으로 한 게 아니라 그냥 스페인 영화고 영화 속에 위에서와 비슷한 공연 장면이 있었죠. 두 장면의 공통점이라면 영화 속에 삽입된 야외 콘서트라는 것과 각각의 남자 주인공이 음악을 들으며 눈물을 흘린다는 것, 그리고 그 눈물을 본 여자 주인공이 남자에게 끌리게 된다는 점이죠.



제가 생각해낸 야외 무대는 강원도 안흥에 있는 친구의 별장입니다. 안흥찐빵으로 유명한 그곳에 두 번 갔었는데, 아주 한적한 곳에 나무로 지어진 별장이 있고 그 앞에 나무 데크 발코니와 잔디밭이 있죠. 그 옆으로는 안흥천이 흘르는 소리가 들리는 무척 아
름다운 곳입니다. 여름밤이 시원해질 무렵에 나무 발코니에 맨발로 앉거나 누운 채로 스페니 기타 콘서트, 모양이 꽤 괜찮을 것 같아요. 작은 촛불들을 곳곳에 켜 놓고서 말이죠.

친구가 허락해줄런지 모르겠지만 지난번 그곳에 갔을 때 그친구가 그곳에서 공연을 해달라고 했던 바, 장소 협찬에 큰 문제는 없을 것 같네요. 단지 저 곳이 교통이 좀 불편해서 자가운전 아니고서는 사람들을 초대하기가 마땅찮은 것과 하루 자고 가야 하는데 방이 둘 뿐이어서 남녀를 나누거나 거실에서 혼숙을 해야한다는 점. 젊은 사람들끼린 혼숙도 상관 없겠지만 제 손님은 나이대가 다양해서 말이죠.
 
벌써부터 선곡에 들어갔습니다. 스페인 작곡가들의 음반을 죄다 모아놓고 듣는 중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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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yle